이 맘때면 어쩌자고 상사화들을 또 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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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때면 어쩌자고 상사화들을 또 저리..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6.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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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금호>


해 마다 이맘때가 되면...상사화(꽃므룻)들은 이렇게도...

상사화(想思花)라고 들어 보셨는가, 모르겄소. 꽃므릇이라고도 부른답디다. 귀한 꽃은 아니어라. 흔히 자주 보기는 해도 그러는 갑다,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고 그러지라. 절 뜰 같은 데 있기도 하고, 여그 전라도 땅에는 절 들어가는 냇물 가상자리, 축축한 그늘에 많이 있는 흔한 꽃이제라....늦여름에 잎사구는 하나도 없이 꽃대만 멀쭉하게 올라와서 나리꽃 비슷하게 검붉게 무슨 거미발같이 하늘을 보고 악을 쓰듯이 떼지어 피지라...그렇다니께요. 고놈의 잎사구하고, 꽃하고는 한 뿌리에서 분명히 나오는디도 한번도 저희들끼리 대면을 못한다니께요. ... 여그서 가깝소. 승달산(僧達山)이라고, 거그 가면 절이 있는디, 그 절 밑, 작은 저수지 골짜구에 양옆으로 그놈의 꽃이 꼭 불이난 거 맨키로 하도 많이 피어 있어서, 그 골짜구에 서 있으먼 정신이 다 산란해진당게요. 처음에 나도 그랬지라.... 무슨 잎사구도 없는 꽃이 다 있다.....무심하게 둘러 봤는 디, 다음 해 삼동이든가, 각시 죽어 뿐 다음에 거그 절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그 골짜구를 또 지나 갔구만이라.... 무심중에 늦여름에 각시하고 여그 어디를 지나다가 무슨 놈의 잎사구도 없는 구신같은 꽃이 참말로 많기도 하다, 했던 생각에 거그를 둘러보다가 잘못했으면 주저 앉아불뻔 했어라. 그 늦 삼동에, 이건 꼭 보리밭 맨키로 퍼런 잎사구들이 꼭 퍼런 보료를 깔아 논 거 겉이, 내 눈 끝난 데까지 다 덮어 부렀드란 말이요... 우리 각시도 갯바람 속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년이 그까짓 꽃한테 놀랠 일이야 없었을 것이요만, 어찌 되었건 얼굴이 허옇게 되어 도리 도리를 하먼서, 내 팔에 매달리는 바람에, 허예지다가 벌게진 각시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봤당께요.....태풍에다, 해일에다, 바닷가나 섬에서 살어 온 사람들은 하도 험한 것을 많이 겪고, 살어서 어지간한 것은 눈도 깜박 안 하지라. 우리 각시 귀 먹고, 말을 못해도, 그 하늘하늘한 몸으로도 얼마나 억척으로 살아 왔는디요, 별명이 콩자반이었제라. 얼굴이 조막만하게 작은데다가 살이 워낙 검어놓아서 꼭 콩자반 같었지라. .... 어째 그런 년이 그리 쉽게, 지가 기저귀도 차기 전부터 맨 날 이불 속 같이 들어가 뒹굴고 놀고, 40년이나 먹을 것을 받아 온 그 바닷물에서 죽었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어 낼 수가 없구만이라..... 그년 죽을 때, 바닷물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니께, 귀가 안 들리니 밀물소리를, 아, 천둥치득키 달려오는 그 그르렁거리는 큰 물소리는 귀먹어서 못 들었다해도, 그 파도란 놈이 이빨을 갈먼서 덤벼드는 것은 눈으로 보았을텐디, 어째 그 갯벌에 그대로 김 말뚝같이 가만히 서서 들어오는 물살에 떠밀려 갔는지, 시방도 그것은 알 수가 없구만이라, 죽어 분 것들은 암말도 못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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