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슝광카이(熊光楷) 중국 인민해방군 전 부총참모장(합참차장)은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중국을 방문한 일본 자민당의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와 만나 북한의 핵실험설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군 학술기관인 중국 국제전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슝 전 부총참모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경고했다. 슝 전 부총참모장은 또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선 국제 여론의 강력한 압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슝 전부참모장은 지난 1998년 미국이 양안문제에 개입한다면 로스앤젤레스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던 인물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략과 대외 관계를 주로 담당해왔다. 슝 전 부총참모장의 발언은 사실상 중국 군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견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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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 ||
중국의 북한 핵실험 반대 입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도 지난 8월 21일 중국을 방문한 도이 다카코(土井多賀子) 전 일본 중의원의장에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는 실험적인 프로세스까지 포함해 반대한다“면서 ”북한이 이같은 행동에 나서면 협력할 수 없으며,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다”고 말했다.
추이 부장조리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한 일종의 강력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추이 부장조리는 또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에 대해 “북한이 룰을 위반했다”고 언급했다. 중국 고위관리가 북한의 명확한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드러내더라도 은유적으로 내비치는 중국 외교의 행태로 볼 때 추이 부장조리의 이 같은 직설적 경고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달 21일 ‘북한이 정말로 핵실험을 실시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핵실험은 대부분 사람이 살고있지 않은 사막지대에서 진행되지만 북한은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아 핵실험을 할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만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방사능 오염물이 지하수로 침투해 한반도의 수자원이 모두 오염되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이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주목된다. 특히 이 신문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에 따른 부정적 결과까지 전망했다는 점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외교관계협의회(CFR)의 중국 전문가 아담 시갈 박사는 지난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경고를 북한에 보내길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갈 박사는 또 “중국이 그동안 북한 핵문제에 관한 6자 회담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전반적으로 대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지만, 이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항상 북한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북한에 내비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중국은 외교적 체면에 큰 손상을 입었다”면서 “이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비난 결의안 채택 찬성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협조로써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미 북한에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군부 최측근 인사인 박재경 인민군 총정치국 선전담당 부총국장(대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도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을 방문한 인물이 정확하게 박 부총국장인지 아니면 장 제 1부부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이들에게 김 위원장이 직접 중국에 와서 핵실험 포기와 6자 회담 복귀를 약속할 경우,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핵실험 강행할지, 아니면 극적으로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지 이르면 이 달 중 중대 고비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3일부터 12일까지 한국, 일본, 중국 등 3국을 순방한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의 3개국 순방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설, 9•19 공동성명 채택 1주년 등과 맞물려 어떤 결과를 도출할 지 주목된다. 이에 앞서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국무부에서 니컬러스 번스 정무담당 차관과 힐 차관보 등 면담한 후 “6자 회담의 조기 재개 방안에 관한 광범위한 아이디어들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중도와 균형을 표방하는 신문-업코리아(up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