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서 생존이 뭔가 알았어요"
상태바
"일본 가서 생존이 뭔가 알았어요"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6.08.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사생 이림향의 '젊은 날의 초상'

▲ 고베항의 장관과 정적

[ 며칠 전에 나는 고향의 고등학교에서 교편 잡던 시절의 제자로부터 메일 한편 받았다. 일찍 연변의학원 약학계를 졸업하고 연길 약품감독검사소에 취직을 했던 그녀는, 어느 날 젊은 혈기에 문득 사표를 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공립약과대학석사와 박사학위를 쭉 내리 따냈었다.  일본에 건너 가 받은 제일 깊은 감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제자는 이렇게 한마디로 개괄해서 말했다. 생존이 무엇인가 깨닫게 된 것이라고!

제자 이름은 이림향, 아래는 제자가 더 성숙된 조선족 인재로 자라기 바라마지 않는 심정으로 그가 보내온 메일 일부를 싣는다.  -편집자  ]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 와서 석사 졸업할 때까지 정말로 바삐 보냈습니다. 남들이 다 쉬는 휴식일은 제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일하는 제일 적합한 시간이었거든요. 하루일과는, 평일에는 아침 10시에 학교 가서 저녁까지 공부하구 실험하고…주 두세 번은 저녁 6시 혹은 7시부터 알바 해야 했어요. 저녁 11시에 일 끝나서 전차타고 집에 가면 12시가 넘고요. 대강 밥 챙겨 먹고 다음날 준비하고 나면 새벽 2시랍니다. 그때 나한테는 공부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고요, 또 그것 하나 목표로 앞만 바라보고, 주위에 눈길 한번 팔 여유도 없이 뛰었답니다.


어찌 보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2000년 초봄의 일인 것 같아요. 시약소에 일 있어서 정말 오래간만에 아침 8시 반 쯤에 자전거타고 시약소에 가는데…마침 날씨도 얼마나 따뜻하던지, 그리고 길 가운데에 핀 분홍빛 꽃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여기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있었구나! 하구 새삼스럽게 느껴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자전거타구 역전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전차 타고 학교 가고, 저녁에는 알바 끝나서 집에 오면 까만 밤이 되거든요. 시퍼런 대낮에 집 주위를 다녀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땐 정말로 많이 힘들었을 터인데?…잘도 견디었다고 자기절로 지난 일을 돌아보기도 한답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서부터는 그래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리사치아시스탄트’로 돈 좀 나왔거든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자비로 유학 오면 모든 걸 절로 해결해야 한답니다. 생활비용으로부터 학비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일본 와서 처음으로 생존이란 단어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답니다. 국내에 있을 때는 몰랐었는데 부모, 친구 멀리 떨어진 타국에서 의지할 곳은 자기 자신 뿐이란 것을 알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로지 자기의 두 손, 자신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물론 부모형제들과 주위의 친구들의 사심 없는 관심과 도움이 없이는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없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자기의 삶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유학생활을 해왔기에 인생이 더 달콤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생활이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자기 주위를 돌아 볼 여유도 생기기 시작했고요. 조금씩 우리 민족, 우리 고향을 생각해 보고 싶은 욕망이 싹트기 시작한답니다. 글로벌시대 조선족의 진정한 지식인답게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우리 민족을 위하여 뭔가 이루기 위해 열심히 뛰고 싶습니다.…

     


                                                선생님, 다음 또 연락드릴게요.

                       

                                                           리림향 올림


▲ 교또의 금각사에서

▲ 사쿠라 피는 계절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