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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말에 "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표현도 있고,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는"이라는 기막힌 내용의 유행가사도 있다. 화장실들고 나갈 때의 생각이 너무 다르기에, 한 번 뱉은 말을 뒤짚고 싶은 한 사람과 그 말을 끝까지 기억하고 항변하는 또 한사람이 있다. 그런 구조적인 관계에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한 사람은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한다. 게다가 인간의 기억력은 생물학적, 화학적으로 그리고 환경학적으로 점점 쇠퇴하고 있으니, 證據 준비는 이제 소송당사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우리 민족의 정서, 기질이나 문화적 환경하에서 "확실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노파심에서…에 대해 文書로 보존하자 또는 기록을 남기자"라는 법률행위에 대해 "야박하다, 기분나쁘다, 또는 속고만 살았나?"하며 못마땅해 한다. 아직도, 향촌의 촌로들은 계약서 한 장 없이 전답 매매, 임대차 또는 소작계약을 구두로만 완료한 채, 몇 십 년 후 입증곤란으로 한을 품고 임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보도된다. 비단, 향촌의 촌로들에게만 국한되는 먼 이야기가 아니고, 회사와의 근로계약, 보험사와의 생명보험계약, 자동차인수계약, 결혼식장 사용계약과 친척에 돈을 빌려주는 금전대차계약 등 우리실생활의 모든 면에서 계약 내용의 문서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나아가, 힘의 대등관계가 확보되지 못한 불평등한 구조적인 환경하에서의 보존행위 또는 문서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선한 사람들의 눈에는 선한 사람들만 보인다"는 조선초 고승 무학대사의 표현처럼 "다 내마음만 같다면…" 문서화는 귀챦고 불필요한 일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철저한 습관으로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필자가 경험했던 일이다. 실무담당자로서 성사시킨 수출 선적건의 문서작업을 대신했던 신입사원의 가격기재에 오류가 있었다. 이를 기화로 억지부리는 바이어에게, 당시 회의록과 그의 서명을 제시하여 항복을 받아 낸 적이 있었다. 메모습관의 승리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불공평한 관계하에서의 문서화라고 생각한다. 사원과 회사와의 관계, 소비자와 제조업체와의 관계 또는 국민과 국가 등의 관계처럼 상하관계에서는 제 목소리를 내기가 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필자의 또 다른 경험이다. 퇴사 면담시에, 팀장의 당월급여 지급에 대한 흔쾌한 약속이 있어 철저히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철저하게 무시되었고, 항의하는 필자에게 팀장은 그런 약속의 기억이 없다는 매우 성의없는 답변으로 오랫동안의 우호관계를 저버리고 말았다. 당시 팀장의 약속을 기록하여 서명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지만, 근본적으로 보다 철저하지 못했던 과실의 결과라 생각한다. 모든 일이, 예정된 순서대로 그리고 통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문서를 통한 기록보존의 의미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신뢰를 저버리고 나와의 약속을 파기하는 최악의 경우에 비로소 존재 의의를 갖게 되는 必要惡이라고 해야 할까? 꺼진 불을 다시 본다는 주의의식으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체질화를 당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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