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기쁨>은 기독교단체인가?

오늘 이 시간에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나눔과 기쁨>은 기독교단체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나눔과 기쁨>은 기독교단체가 아닙니다. 나눔과 기쁨의 공동대표에는 원
불교인사도, 가톨릭인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문에는 송월주 스님도 계십니다.
나누미로 활동하시는 목사님들 중에는 이 단체를 기독교단체로 인식하는 분도 계시고, 또 앞으로 기독교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최근 인천 남동구 나눔과 기쁨 출범식의 경우에는 본부의 완강한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출범예배를 고집하시는 목사님이 계십니다. 선교적 열정을 가지고 예배를 보고 싶어 하시는 목사님의 마음을 왜 제가 모르겠습니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과 기쁨>은 그렇게 갈 수가 없습니다.
첫째로 이점은 처음부터의 약속입니다. 그래서 가장 일찍 결성된 안산시 나눔과기쁨 협의회에는 공동대표로 스님, 원불교교무님, 가톨릭 등 모든 분들이 들어와 계십니다. 공동대표들 중에 기독교인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금 나누미가 거의 다 기독교 목사인 것이 오히려 비정상입니다. 최근까지도 나눔과 기쁨 본부는 새마을운동가 중에서 나누미가 되실 분들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비기독교 나누미가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에서도 <나눔과 기쁨>이 활동할 예정입니다만 외국에서 이 운동을 확산시키기를 원하는 선교사님도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 이슬람 등 다른 종교에서도 이 운동이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동시에 <나눔과 기쁨>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둘째로 우리가 이런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그래야 <나눔과 기쁨>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기쁨>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역주민의 협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나눔과 기쁨이 기독교운동이면 이들의 협력을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국가예산의 지원도 받지 못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기독교 기업의 도움만 받을 수 있습니다. 언론도 사회면에서 다루지 못하고 문화면으로 가야 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민들의 참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점입니다. 주민의 20%도 채 되지 않는 기독교인들만 협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운동을 기독교운동으로 만들면 나눔과 기쁨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로 나눔과 기쁨이 이런 입장을 분명히 해야 교회의 선교활동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이 기독교운동이라면 교회가 구태여 <나눔과 기쁨>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냥 교회이름으로 나눔운동을 하면 됩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이 나눔과 기쁨의 활동가가 되기를 원하는 이유는 이 운동이 기독교운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기쁨>의 명함을 가지고 쉽게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나누미 활동가로 목사님들이 많이 들어왔는가? 그 이유는 이 단체가 기독교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 단체의 나누미가 되는 것이 선교에 매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점은 이제까지 나눔과 기쁨활동을 열심히 해 온 목사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나눔과 기쁨>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면 매우 좋을 운동입니다. 불교나 원불교, 가톨릭도 이 운동을 하면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시민단체나 새마을운동도 이 <나눔과 기쁨>활동을 하면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다만 다른 종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동안에 기독교, 특히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큰 관심을 갖고 이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점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인천 남동구 나눔과 기쁨 창립대회를 기독교행사로 가질 경우 <나눔과 기쁨>은 남동구에서 기독교단체로 각인되게 됩니다. 이것은 남동구에서의 나눔과 기쁨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이 기구를 활용할 수 있는 잇점도 사라져 나중에는 교회조차 <나눔과 기쁨>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제가 간곡하게 이 출범대회를 예배형식으로 갖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개적인 집회가 아니라 우리들끼리 예배를 드리고 기도회를 갖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얼마든지 합니다. 저 역시 기도모임을 제안해서 나눔과 기쁨운동이 주님의 인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었고 우리들끼리 기도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질 예정입니다.
그러나 구청장을 모시고, 그 외에 많은 다양한 지역인사들을 모시고 공개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설사 구청장님이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청장님은 나눔과 기쁨이 종교를 초월한 단체일 때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원을 할 것입니다. 지금은 나눔과 기쁨이 출범한지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큰 원칙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원칙이 흔들리면 앞으로 너무 많은 파장을 가져올 것입니다.
남동구의 나눔과 기쁨 나누미 님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나눔운동에 도움이 되고 선교에도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왜 이렇게 심각하게 이 문제를 제기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출범대회의 성격을 다시 한번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경석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