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귀국 후 대책 잘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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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귀국 후 대책 잘 세워야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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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없는 해외 나들이 언제면 품팔이 신세 면하나
필자는 프랑스에 있는 우리 중국 조선족들을 만날 때면 자주 묻는 물음이 하나 있다.
   
   
▲ 프랑스 니스 해변

"앞으로 귀국 후 그냥 앉아 놀고 먹을 수가 없는데 무슨 일을 할 생각인가?"
프랑스에 온지 한 두 해가 되든 여러 해가 되든 아니면 귀국을 몇 달 앞두고 있든 대부분의 대답은 "모르겠어요."이다.

4,5년 이상 되는 '로빠리'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들이대면 "글세, 집으로 가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할 거 있어야지, 집에다 물어보면 다른 사람들의 장사가 다 잘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하고 대답한다. 아니면 중국에 할 일도 없는데 몇 년 더 벌다가 들어오라고 한다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중국에 할 것이 없어 다 놀고 있기에 오면 후회한다고 한다. 혹 잘 되는 장사는 있기는 하지만 몇 백만, 몇 천만 투자한 것들이란다. 결국 이래저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제의 '새내기 파리지앵'들의 사고 연장선이 오늘의 '로빠리'들의 '귀국 후 이래저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상의 결과물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 많은 해외 조선족들이 선듯 귀국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또 이런 저런 사연으로 어렵게 귀국을 선택했어도 얼마 후 다시 출국을 시도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족들에게 이런 문제들이 왜 생기는가?

첫째, 해외에 나가면 무조건 큰 돈을 번다.

이는 중국 조선족들에게 있어서 이미 정설로 되어있다. 하여 해외에 나가기 전에 브로커나 여기저기에서 떠돌아 다니는 정확하지 않는, 과대평가 된 특정국가들에 대한 임금 정보들을 주어 듣고 주먹구구로 계산한다. 계산결과 몇 년 외국에 나가 고생하면 자식공부, 자식결혼문제, 주거문제와 자신의 노후문제까지 모두가 한방에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노후 문제까지 해결되는 외국 나들이인데 귀국 후 새로운 창업이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외국 수속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하던 일들을 일치감치 팽개치고 마작판이나 화투판 혹은 카라오케에서 시간을 소비하면서 수속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우리들의 주먹구구식 계산방식과 정지된 사고방식은 미숙하다 못해 유치할 정도이다.

둘째, 창업은 돈 많은 사람들만의 전용물인줄 안다.

대부분 농사일에만 종사했거나 직장생활을 했던 조선족들은 창업이라는 것에 대한 리해가 부족한 탓에 그에 대한 욕망이나 의욕이 부족하다. 아직도 시장경제 테두리 밖에서 서성거리며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10년, 20년 심지어 더 먼 훗날을 위해 현재 자신이 무슨 일부터 차곡차곡 해나가야 하는지를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백만장자의 백만에만 관심이 있고 백만 장자가 백만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한 그 처절한 과정에 대해 관심이 없다. 하나에서 백만을 바라보니 아득하기만 하다. 겁을 집어먹고 꿈도 못 꾼다. 이들이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결핍하고 또 이들을 계몽해줄 수 있는 교육마저 없어 사회는 발전했으나 우리들의 경제의식과 가치관은 앉은뱅이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꿈이 없다.

우리 조선족들이 꿈 꿀 줄 모른다면 발끈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꿈을 꿀 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자기 자신의 앞날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의욕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또 뭔가 하고 싶어도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더욱이 곤난이 있으면 포기하거나 굴복하고 만다.

결국 듣기 싫은 말이지만, '어제나 오늘이나 그냥 그 꼬락서니'이다.

10년, 20년 전에 멜대를 메고 동북의 골목길을 누비며 작은 물건을 팔고 다니던 남방 사람들 가운데 '로반'(사장)이 될 꿈을 가진 이들이 오늘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은 가. 파리화인 옷 공장에는 수많은 남방 사람들이 렬악한 로동조건에서 일하지만 그들은 래일에 '로반'이 될 꿈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현재의 '로반' 이 10여년 전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환경에서 이들과 똑같은 신분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몇 년간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남방 사람들의 문화수준이 보편적으로 우리 조선족들보다 낮지만 같은 선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후에 다시 보면 그들 가운데 '로반'이 된 사람이 많은데 우리는 그냥 여기저기서 품팔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의 뚜렷한 목표가 있는 자는 몇 년 후에는 자기의 꿈대로 어엿한 '로반'이 되어 활개를 치고 다니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눈먼 송아지 방울소리 따라가듯 남의 춤에 놀다보면 세월이고 네월이고 다 흘러보내고 만다. 댓가는 크지만 얻은 것은 별로 없다.

얼마 전, 국내에서 한국수속을 밟고 있는 어떤 분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해외로 나가기 전 그냥 앉아 수속이 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준비사업을 착실히 해나가라고 말하자, 그가 하는 말이 여권이랑 공증서류랑 다 준비되였으니 근심말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뜻은 그런 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돈 벌어 중국에서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를 지금부터라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국에 가서 그 면의 지식과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고, 또 서로 다른 문화 차이에서 생각 밖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중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하는데 초석으로 될 것이라고 말해주자 그 분은 그 먼 곳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중국과 선진국간의 임금격차로 말미암아 조선족들의 해외나들이는 한동안 우리가 좀 빠른 시간 내에 자본을 축적하는 수단으로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간경제격차가 빠르게 깨지고 있는 정황에서 앞날을 생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해외에 나가 로동력을 파는 데만 주력한다면 우리가 정말 시대의 낙오자로 전락되는 것은 다만 시간문제 일 것이다.

꽃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 듯이 우리의 건강도 한 때 뿐인 것을 생각하면 몸, 다리가 멀쩡할 때 장원한 계획을 세우고 학습에 게을리하지 말고 자신의 자본축적과 경제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품팔이꾼으로부터 '로반'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업가로 변신할 것이다.
 
출처: <연변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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