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송(北宋) 도화원 화원인 장택단(張擇端)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는 폭이 25.2cm에, 길이가 528cm나 되는 두루마리에 당시 수도 변경(汴京, 지금의 하남 개봉)의 번영했던 상업 활동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두루마리를 펼치면 팔백여 명의 인물들, 칠십 여 마리의 축생들, 이십 여개가 넘는 수레와 가마, 이십 여척의 배들이 저마다의 삶으로 삐걱거린다. 그 속에 우리의 모습도 있다.
‘청명상하도’는 대대로 전해지는 중국의 10대 명화중의 하나이며 국보급 문물이다.

전반 그림은 대략 변경교외춘광(汴京郊外春光), 변하장경(汴河場景), 성내가시(城內街市)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찻집과 그 옆에 한 농가에서 사양하는 두 마리의 소, 선술집의 술꾼들, 점쟁이, 구경꾼들, 만두가게주인과 장사 군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눈으로 소리를 듣는다. 이 수많은 소리들은 파동으로 무늬를 이룬다. 가게 몇 개를 지나면 중심도로인 변량(汴梁) 큰길이다. 큰길 양쪽에는 매장이 빼곡하다. 모두 풍수 보물지인 부두화물운송의 창고이다.
변경은 수당 시대에 이르러 강남 개발이 진척되어 변하가 대운하와 이어지면서 물자유통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예부터 산은 공간을 나누고 물은 공간을 이어준다고 했다. 물길들이 만나는 곳에 삶이 모인다. ‘청명상하도’는 삶의 현장을 이동하는 카메라처럼 숱한 삶의 표정들을 따라 흐르면서 생생하게 증언한다.

삶이란 여기에서 저기로 건너가는 하염없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다리를 건넌다. 잡음과 활기로 넘치는 시장은 삶의 공간을 압축한다. 다리와 시장, 그 속에 우리의 시공도 있다.
다리 밑의 물살도 여기서 가장 역동적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더 머무를 수 없는 그 짧은 순간, 모든 삶의 모순과 세계의 불완전함이 그대로 긍정되는 영원한 순간, “위대한 정오의 시간”이 여기에 있다.
다리를 지나면 풍경은 고요해 진다. 건너편에는 객선들이 조용히 정박하고 있다. 이제 저녁이 올 것이다. 완전한 삶의 정오에서 우리는 다시 각자의 불완전한 저녁을 맞이해야 한다. 고뇌와 번민과 알 수 없는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삶이란 이렇게 빨리 흘러간다. 번민의 밤이 지나면 또 다시 정오를 향하여 배를 젓고 다리를 건너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고 외친다. 그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