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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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고맙고 감사합니다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6.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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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껏 한 달 비자로, 6년 동안 가짜 동포1세 아내 명의로 살아왔다. 항상 가슴 두근두근 거렸던 나는 요즘에는 목에 힘주고 활개치고 다닌다. 금년 8월에는 그리운 부모 형제와 자매, 아들딸, 손자, 손녀들과 상봉하리라 생각하니 꿈만 같다. 이제는 불법체류자의 모자를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귀국해서 당당하게 재입국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는 이천년 3월에 한국 땅을 밟았다. 브로커한테 당시 한화로 일천사백만원을 주고 천국에 오는 기분으로 한국에 왔다. 러시아에서 7년 장사하면서 불법체류자라고 네 번이나 옥살이를 했고 경찰과 강도들한테 몇 번씩이나 털리다니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한국에 가면 언어도 통하고 한민족, 한 겨레, 한 핏줄이라 자기가 부지런히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와 보니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뛰어야 했다.

여관에서 취업정보지를 보고서 이 식당 저 식당 다니면서, 혹은 파출부로 뛰다가, 머리 깎는 시간도 아까워 6개월 동안 하루도 휴식하지 않고 경기도 고양시에 어느 프라자 모텔에서 1층부터 3층을 오르내리며 죽기내기로 일했었다. 하다 보니 몇 달 사이 체중이 12키로 내렸는가 하면 딱 1년 만에 손가락 못쓰게 되는 병마저 났었다. 밤이면 밤마다 개도 안 먹는 돈 때문에 여관방에 누워 눈물 흘리며 지새운 밤 얼마이든가!    

다행히 나는 서울조선족교회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서 숙식하면서  주사도 맞고 ,약물치료도 하고 종당에는 수술까지 해서 완치될 수 있었다. 나는 더불어 사는 인생도 배웠고 하나님도 알게 되었다. 2001년 4월 15일에는 세례도 받고 서리집사도 임명되었고, 여전도회 서기 회장 등 직무도 맡게 되었다. 열심히 봉사하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소중한 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일천사백만원의 빚도 갚았다.

잊지 못할 일들도 많이 겪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광화문에 나가 월드컵응원도 했고 동포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서경석 목사님과 함께 단식투쟁도 했었다….  

고마운 것은 교회에 있으면서 컴퓨터도 배우고 사이트와 접촉하면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였으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친구들과 진심을 터놓고 교류를 해온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 세월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정부는 더는 우리 동포들을 불법체류자로 만들지 않을 것이요, 우리 동포들도 더는 가슴 두근거리며 경찰의 눈을 피해 다니지 않게 되었다.  
귀국하기 전에 나의 친 혈육 백부님을 찾아 대전국립묘지 12호에 안치된 김 동빈 장군님한테 가서 불법이 되어서 참배 늦게 왔다고 고백하고 인젠 자유의 몸이라는 사실도 이야기해야겠다.

나의 6촌 형제들이 있는 대치동 은마 아파트3동 612호에 지금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형제자매들을 찾아야 하고 채 하지 못한 교회의 일도 부지런히 해놓고 떠나고 싶다. 인젠 넘넘 좋아 남의 눈치 안보고 마음대로 쇼핑하러 다니고 있다.일 년 후 재입국한다면 그때에는 고국에 더 감사하며, 나를 도와준 서경석 목사님을 비롯한 고마운 분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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