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김정권] 여름 외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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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정권] 여름 외2수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8.07.1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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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문학 8호 공모 작품-

 

▲ 김정권 프로필중국 연변 왕청현 출생, 연길시문예창작실 주임 2007년 연길시문화관 창작원, 현재 국가1급 극작가
여름 

정작, 꽃은 더 많이 피우면서도
화사한 계절은 봄에 먼저 내주고
깨어 문 입술로 새벽을 뿜어
푸른 들말의 아침을 식힌다
 
철물처럼 질질 늘어붙은 시간에
허리를 잔뜩 묶여
벌겋게 달아오른 육신을
시련의 모루우에 뉘이여 한갓
천둥의 단조질에 각질을 벗는다
 
오오, 악착같이 쏟아지는 저 광열!
저것은 심장에 맥박을 용접하는 빛,
 
재작년, 무심히 떠나버린
가을새의 기다림을 땡볕에 버무려
기약없는 미련의 쟁반에
지글지글 그리움 지진다
 
 
촌부의 音
 
개산툰에서 두만강을 따라
한 십여리쯤 내려가면
집이 몇채 안되는 작은 마을이 있다
아침이 밝아오면 땡볕이 늘어지게
잠 잔 얼굴에 손목이 가아만
촌부의 손가락이 염소의 갈비뼈같은
피아노건반우에서 쇼팽의 녹턴이
우르르 달려나와 숫탉의 울음을 마중한다
저녁노을을 한아름 끌어들인 마당에는
그녀의 허리를 닮은 속 비인 항아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을 불러들여
음악을 만들면
둥기둥둥 가야금이 나를 버리고 간 통한을
앙가슴에서 끄집어내여 두만강에 띄워보낸다
하늘중천에 걸린 달이
퇴마루에 나가 저린 오줌을 누고
한참을 일어서도 절대 펴지지 않는,
구순된 로모의 엉덩이에서 흐르는 저믄 빛을
두만강 물새가 물고 가다 깃을 접으면
머얼리 간
내자식 놈, 차마 그리워
여윈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의 비파는
이천에 비낀 달에 빨갛게 손톱물 들인다
 
 
간도새(间岛鸟)
 
땅 찾아 물 찾아
누구여?
꺼이 꺼이 찾아온 이,
 
돈 찾아 복 찾아
누구여?
훠이 훠이 떠나간 이,
 
연변 새들은 조선말
중국말을 다 안다
 
인간아!(人间啊)
 
참새는 사람간의 간격이
너무 비워졌다 하고
 
인간아!(人干哪)
 
딱새는 사람들이
이럴래긴가 하고
 
그리고 처마밑에 제비는
“인-간-아!”를 줄임말로
사람들이 가서 아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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