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홍연숙]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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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홍연숙] 나무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8.07.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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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동북아신문]연 며칠 장마로 거의 집안에 갇겼을 요즘 같은 날에는 해빛이 내리쬐는 큰 아름드리 나무밑이 그립다. 찬란한 나무잎들의 흔들림소리와 나무잎 사이사이로 퍼져 들어오는 해빛의 황홀한 반짝거림은 내 깊은 한숨속을 부드럽게 애무해준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리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나 미움의 감정들이 거짓말처럼 풀어지고 편해진다. 나무의 품은 언제나 인간에게 없는 그 어떤 기운을 나를 쓰다듬으며 전해준다.

▲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현재 울산 거주
나는 어릴때 학교운동장의 제일로 굵은 비술나무밑에 자주 가 있었다. 한손에는 꼭 책이 들려 있었지만 책을 본적은 없었다. 그냥 그 아래의 평화로움을 향수하고 부족함이 없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한국에 와서 열댓번의 이사로 월새방을 전전긍긍했지만 항상 집 근처에는 큰 나무가 있었다. 지금 사는 집에도 서재의 창문을 다 품어주는 음나무가 있다. 남편이 이사를 하자고 했지만 견결히 동의하지 않은 이유도 창가에 앉아서 커피마시며 마음껏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음나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에 쫓기어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 질 때는 도서관으로 가는 벗꽃나무 아래를 천천히 걸었다. 딸애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왔을 때 함께 걸으며 감탄을 하는 걸 보니 아마 누구나 다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수없는 좌절을 감행한 우리의 청춘은 그에 대한 분노를 누구러떠릴 그 무엇이 필요하며 또 누구러지지 않고서야 어찌 이 삶을 건느겠는가. 나무아래를 걷고 나무 아래에 앉고 나무에 등을 대고 나무를 올려다 보아라. 어떤 소리가 들려 오고 눈앞에 무엇이 보여지며 또 혼자가 아니고 따뜻해 질거다.
 
영화 "아바타" 를 보았다. 그후 2번을 더 보았다. 그 영화를 더 본 이유는 영혼의 나무 반양트리때문이다. 하와이로 갈 수 없지만 또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것 보단 영화로 보는 반양트리- 아바타나무의 신성한 기운을 더 느끼기 위함이었다. 자연과의 교감과 영혼의 하나됨을 표현하는 나비족들의 종교의식이 거행되는 가운데에 화려한 핑크빛갈로 온 스크린을 독차지한 거대한 영혼의 나무뿌리는 세상의 나무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룬다. 나비족들처럼 꼬리가 없지만 그 연결되는 느낌은 땅과 하늘사이에 접목된 하나의 나무로 마음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내 몸의 신성함을 알고 자랑스러움에 자축한다.
 
연리지나무는 내가 그토록 찾고 있는 나무다. 인터넷으로 찾아 봤지만 언젠간 한번쯤은 만나고 싶은 나무다. 살기 위해 상처를 내고 또 서로 상처를 받아들여 연리지가 된 두 나무, 함께 상처를 감싸안고 하나의 숨으로 호흡하는 사랑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하늘을 거역한 자
땅을 배신한 자
허공에서 만나
악착같이 서로를 휘감는다
 
옳바르게 곧게 갈 길을
살을 녹이고 뼈를 깎으며 요분질로 시간을 걷는다
 
음지에서 싹을 틔우다
새들에게 쪼이고
쥐들에게 갉히여
흉측하게 벌거벗은 사랑
 
도덕의 눈총을 거둬라
법의 손가락을 내려라
비익조나 비목의 사랑은 전설일뿐
연리지나무의 사랑 앞에서는 침묵하여라
 
20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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