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현
애여린 가지 끝에
해볕을 싼 옥망울 탄생한다
해 선자리 해나무
황홀한 광경이다
별 천은 팔 벌려 안고
달은 자리와 길 피한다
날으는 나비 날개스쳐도
톡톡 터진다
이 세상은 해천지
백옥미 익고 쓰러져
길섶이 되고
머리없는 나에게
머리 이어주는 해꽃
백년 또는 천년 한번
나무를 빌려 피고핀다
나의 발등에도 곱게
피었으면 좋겠다
한오리 불성애로
땅의 봄
지방 층층에 빈약한 혈관
비게를 불러온다
문 틈으로 빌려오는
눈길에
포동 포동 살찐아기 같은
땅 비게 덩어리
해가 키스하고 빛으로
윙크하어
땅속에 굳은 용암 문드러져
잎새 잎새를 펼치고
새의 눈길 물의 눈길
모으고 모아 익히고 달구어
한송이 꽃
해가 볼우물 찍는
땅의 봄
얼굴마다 꽃이고 흐트러진다
밑굽빠진 흙빛 출장 자축하고 살그니
꽃을 들었다
소녀같은 바다
머리를 순결하게 빗질하는
소녀
그 소녀는 아침이다
바다를 꾸며주는 일을
잊지 않는다
흔들어 깨워주고 자장가
불러 잠재우고
튀어지는 빛 꽃잎을 적시고
별에 빛난다
애 여린 손가락은 정성
꾸레미고
한 소녀 자아 희생이야말로
극적
탈출이다
바다에 해와 달 몸 담그고
아름다운 산천과 꽃동네
숨결 비끼어
물결 곱다 빛난다
용상 마루에 뜬다
바다가
바다의 고래가 육지를
난다
천하 순리 지리 예 있음을
보는 이 순간
바람이 빌려 가더라
나의 눈길을 뺏으면서
해란강
어느 누가 떨어뜨린
얼굴
니가 탐색하기에 설친다
얼굴은 드러나잖고
눈만 또렷하게 봄 구비마다
감칠이 먹칠하는 감찰 성애를 뒤등에 떨군다
강물 뒤뜨락에서
서성이던 새와 물고기는
뻗치던 지느러미를
새가 물어가고
날개를 잃은 물고기
봄이 신겨준 꽃신 신고
강기슭에 오른다
봄이만리 길 찾으려고
나의 환한 가슴은 등받이로
나선다 그네들이 길 위해
하윤택이 상윤택과 손잡고
함께 오른다
3박자중에 한 박자 고우면
명멸하는 가로등 불빛과
아파트 불빛
어둠을 적시며 마중한다
봄이 얼굴을
물오른 피부에
꽃으로 심는다
하루하루 금냥
나와 인연없이 하루하루가
스치며 에돌아 간다
세상을 즐기는 교량에
퇴색 안개 드리우고
별이 고개서 잠시 자다가
방향 틀어온 여생 반
영생 영구없이 코밑까지 닥쳐오고
하늘이 한숨으로 쉬어가는
몸에는 푸른 태 감고
다시 태어난 애같은 맘
별에 다시 돌아가 구워본다
반은 익고 반은 푸른 흔적
까맣다
떨굴까봐 손가락에 걸었다
천쪽만쪽으로 부서지는
하루하루 금냥
내가 걸어온 별이고개
의 소롯길도 늙은 애 되어
줄을 선 오늘이지만
초라한 여생 나침반
방향 바늘에
내 젊은 시절을 업고
왔더라면 이다지도 손톱까지
오늘이 쓰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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