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
젊었을 땐
떫은 맛으로 사납더니
철이 들어
속부터 익는구나
혀끝에 감도는 맛
하늘을 찌르는 쪼각달이구나
산수유
든든하고 거칠었던 몸이
추위에 앙상해간다
오돌오돌 떨며 지켜주는
사랑스러운 빨간 열매
당당한 미소앞에서
머리가 숙어드는 리유
시간을 만지작거린다
보슬보슬 눈꽃들이
살며시 내려앉아
사랑을 씹는다
엄마의 마음
시부모님 모시고
자식 키우시느라
엄마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하늘은 그 깊은 뜻 헤아려
해마다 하얀 마음 그득 담아
예쁜 선물 보내 주신다
타버린 마음 주섬주섬
걷어 들이는 눈꽃 송이들을
잊지 않으려고 눈에 담아 보는
엄마의 자글자글한 얼굴에는
하얀 미소가 어려있다
엄마 인생의 그을린 삶
밤낮이라도 닦아 드려서
감춰 질 수만 있다면
일년 삼백 육십 오일
하얗게 덮어버리고 싶다
그 겨울에 떠나보낸 사랑
하얀 눈 손끝에서
차갑게 만져지는 겨울 향기
한 웅쿰 두손에 담아
그리움 날려보냅니다
그대 떠나보낸
아픈 상처 씻어 내려고
소리없이 내리는
하얀 눈과 눈맞춤하며
슬픔을 달래봅니다
시린 눈물
하얀 눈과 뒹굴어
얼음이 되어 가고
저 멀리 미끄러져 가는
어렴풋한 얼어버린 사랑이
바람에 묻혀갑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