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명철 ] 그림자 외4수
상태바
[시/ 이명철 ] 그림자 외4수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7.06.18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명철 프로필: 길림성 서란시 자경툰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운영위원회 부회장, 현재 경기도 기흥시. 1990~1992년 북경무장경찰, 2002~2007년 대련 외국어강사,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단편소설 '1987년 귀향길(처녀작)', '눈은 올해도 내린다'. '사랑꽃 한 묶음', '신병련 에피소드' 등 발표
그림자

누가 어느 각도에서 비쳐주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상과 포부의 폭우가 지나가고
외소와 환멸의 불행을 느낄 쯤
짐승의 허울을 벗겨와
살아남기 법을 익혔다
 
중천에 걸린 따사로움은
한줌의 기장으로 나를 배반하였고
지평선 위에 머리를 내민 태양은
길게길게 내 허영심을 채워주었다
 
내 아픈 가슴을
오로지 한 가지 방식으로 연출하는 너
하얀 겨울이 오면
바람같이 사라진다
 
 
마음대로
 
창문을 열고 메시지
하나 보낸다
"이름이 닮았군요,
가슴사이즈 훈훈한데요"
 
창문이 열리고 음성 하나가 들려온다
"외로우시나 봐요
겨울인데 눈이 안 내려요
한강에 가 보시죠"
 
뉴스에 쿨쩍이고
날아오는 총알
대신 맞고 쓰러지고 싶다
앉았다 선 자리에 하트
하나만 남겨두고
 
무지개
 
샤워하고 붓을 드니
넌 일곱 가지 색깔이라고 말 한다
비 내린 듯 너의 피부에
입술 자국이 그려진다
 
꽃동산이 보이고
가방매고 학교 가는 내가 보인다
시냇물에 발을 담그니
엉덩이 큰 아지매 빨래망치소리 들려온다
편지도 여러 장 많이 썼다
늦잠 자는 바람에 차 시간을 놓칠 뻔 했다
드디어 너한테서 답장이 왔다
 
땀에 젖었는데도 상쾌하다
네가 있어 행복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구름 개인 그림 속 거닐어본다
 
 
 차
 
고독을 풀어헤치며 가라 앉는다
입술에 와 닿기 전까지
 
열매아닌 부챗살로 이 한 몸 우려낼 때
사각 모퉁이 올라서서 손짓하던 엄마
 
혀끝으로만 맛볼 수 있는 너의 향기
혈관에 뿌듯이 저장돼 있어
 
자꾸만 자꾸만 그리워지는 그 냄새
오늘도 빈잔 들고 서성거린다
 
 
파도
 
사나이 밀당으로
대지는 오르가즘을 느낀다
 
거칠어지는 호흡 속에서
생명 하나 잉태되고
 
여자는 몸을 풀어
구름 한 송이 허공에 걸어놓는다
 
혈육의 정이 그리워
손을 뻗어보는 몸부림
 
한 폭의 삶의 그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