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서 노인문제와 노인들의 노후문제와 관련해내가 가장 인상깊게 느낀 점은 다음 두 가지 변화이다. 첫째, 국가에서 생활이 빈곤한 노인가구 세대를 위해 생활주택 아파트를 ‘무료’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중국정부가 중요한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빈곤퇴치’정책과 맞물려 있다.둘째,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한 민영 양로원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들이 멀리 갈라져 있는 현 시점에서, 노인 돌봄의 사회문제와 노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노인부양은 단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전 사회적인 문제이다. 예로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은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효 문화의 정수(精髓)로,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였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경로효친(敬老孝親)의 전통적 풍습과 효자는 부모와 동거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깊었다. 따라서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을 최고의 효도로 신봉해온우리민족에겐 양로원 제도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오랫동안 효를 백행의 근본으로 여기고 부모를 모시는 것을 효도의 기본, 사회적 윤리규범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노인부양 사회화와 노인세대의 노후문제는 급속한 고령화의 도래와 직결된다. 현재 중국에는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5억 명을 상회하며 이는 전체 인구의 20%를 웃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중국사회에서는 중국 특유의 ‘미부선로(未富先老)’가 회자될 정도이다. 한편 낮은 출산율로 인한 인구의 마이너스 성장, 노인인구의 급증으로‘노인천하’가 된 조선족 사회는 초고령 사회(노인인구 20%)에 진입한지 오래다. 따라서 노령인구의 빈곤화, 생활능력이 없는 노인세대와 독거노인의 증가는 중국사회의 또 다른 딜레마다. 물론 조선족 사회도 이런 딜레마와 노인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 조선족 사회에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노인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① 산업화와 도시화의 발전에 따른 급속한 인구이동 ② 조선족 젊은이들의 대도시, 연해도시로의 본격적 진출 ③1990년대 이후출국 붐에 따른 조선족들의 해외진출 ④고향 떠난 현대판 ‘불효자’들의 돈벌이와 효도 간의 괴리⑤ 도시로 진출한 젊은이들의 고향 회귀 거부 ⑥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출현 ⑦저출산의 고착화와 급격한 고령화진척 등이다. 이 중에서 해외로 대거 진출한 조선족 대다수가 고향으로의 ‘회귀 거부’가 그동안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왔던 조선족 사회 특유의 효 문화가 사라지고, 작금의 노인문제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고향을 등지고 떠난 ‘불효자’들의 효심은 정녕 사라진 것인가.
현재 대도시에 진출한 조선족 대부분이 현지에 정착했으나 그들 대다수는 부모와 따로 살고 있다. 또한 한국 등 외국에 진출한 조선족들 역시 자녀와 부모를 고향에 두고 왔다. 현실적으로, 대도시와 해외에서 부모를 모시고 함께 산다는 것은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물론 이는 자녀들의 ‘효심결여’보다는 언어 장벽과 생활습관이 다른 낯 설은 타향을 기피하고 꺼리는 어르신들과 큰 관련이 있다. 한편 해외에 있는 자녀들이 돌봄과 간호가필요한 부모를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보내는 것은 이미 시대적 추세가 되었다.그 러나 자식의 입장에선 부모를 양로원에 보낸다는 것은 불효로 여겨져 죄스러운 심정이며, 부모의 입장에선 자식들에게 섭섭하고 버려진 기분이 든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관념 갱신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의 친구가 고향 연변에 돌아와서 일상생활능력을 상실하고 돌볼 사람이 없는 ‘노인’형님을 조선족이 경영하는 양로원에 보냈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정말‘잘한 처사’라고 그를 격려했다. 2년 전, 흑룡강신문의 훈훈한 기사를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돈벌이를 하면서 부모가 운명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고향목단강에 돌아와 양로원을 운영한 모 경영주의 성공담이다. 다양한 오락시설 비치와 깔끔한 인테리어, 환경이 좋은 3층 건물에는 전문교육을 받은 10여 명의 간호원이 24시간 풀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조선족의 전통음식과 풍부한 메뉴 및 간식이 제공되며 합리적 가격대에 가족 같은 분위기로, 전국 각지로부터 조선족 노인들이 양로원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현재 조선족 사회에는 수많은 현대판 ‘불효자’들이 있다. 기약 없는 해외 돈벌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는 쉽게 만날 수 없고, 이는 노인부양 등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일부 불효자들은 자신의 양로보험 비용과 자녀들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으나 자녀를 키워주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매우 인색하다. 심지어 부모가 운명해도 ‘너무 바빠서’ 귀국하지 못한다. 미상불 불효자다. 현재 양로원에 대한 홍보와 정부차원의 관리는 소홀한 반면, 지역사회 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방문 장소로 이용(利用)된다. 또한 양로원의 ‘주인’인 노인들의 희로애락이나 양로원의 문제점은 간과돼 있다. 자칫 ‘인권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민간 양로원이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악용되면 안 되는 이유이다.
21세기 노인들의 노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양로원에 대해 국가와 정부, 개인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양로원이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 아닌, 노인들의 만년을 즐겁게 보내는 행복한 낙원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부모에게 효도하려면, 부모님을 양로원에 보내라.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효도’일 수도 있다. 부모에 대한 불효는 자식의 불효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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