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문인협회 성좌문학사 4

나의 자궁을 뚫고
나의 가시 같은
딸애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업으면 안아라
안으면 다시 업어라
밤이면 또
등을 가려 까옥까옥 운다
베란다 가면
기어이 낭떠러지로
기어가며 울고…
이제는 많이 컸다
파닥파닥 기어와
까까를 입에 넣어도 준다
등도 가리지 않고 잔다
한 매 때리고 싶었는데
이젠 잠자는
모습조차 너무 귀엽다
엄마도 자라고
너도 쑥쑥 자라서
장차 효도할거지
너는 나의
귀여운 가시
뽑을래야 뽑을 수
없는 장미가시
울 때면 엄마도 따라 울고
웃을 때면 엄마도 따라 웃는다
나를 울고 웃기는 너는
나의 면류관
가시 면류관
입춘
저 높은 창문에서
새 노래가 들려오고
저 마른 나무에
새움이 튼다
얼음장 밑에도
새 노래가 들려오고
웅덩이와 수렁에도
새움이 튼다
씨암탉이 꼬꼬댁거리며
부활을 떠들고
잠자던 벌레가 돌아눕는다
상처입지 않은 창문에서
새 노래가 들려올 수 없고
상처입지 않은 나무에
새 움이 틀수 없다
상처입지 않은 얼음장 밑에
새 노래가 들려올 수 없고
상처입지 않은
웅덩이와 수렁은
새 움이 틀 수 없다
상처입지 않은 씨암탉은
부활을 떠들 수 없고
상처입지 않은 벌레는
돌아누울 수 없다
상처가 없이는
입을 수 없는 춘春이다
5월
5월의 그림은 나무에 걸렸네
5월의 꿈은 파란 그림이라네
5월의 이야기는 오솔길에 있네
5월의 비밀은 강물에 있네
너와 나 주먹 휘두르며 싸우던 일
너와 나 산에서 길 잃어버려 울던 일
너와 나 소방목 하던 일
너와 나 낚시 하러 갔다가
고기 한 마리도 못 잡고
옷만 신만 다 적시고
엄마한테 맞던 일…
이 오솔길에 있어
이 강물에 있어
5월의 그림은 새들이 그리네
5월의 꿈은 내가 그리네
5월의 오솔길은 좋아
5월의 강물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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