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 걱정에 한숨만
[한겨레] 2003-11-18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집중단속으로 음식·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속대상에서 제외된 제조업쪽은 타격이 적은 반면, 음식·건설업계는 단속을 피해 숨어버린 외국인노동자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경기 일산의 한 한식집에서는 최근 일주일새 종업원 20명 가운데 불법체류 재중동포 8명이 모두 떠났다. 사장 이아무개(35)씨는 “월급을 20만~30만원 더 준다고 해도 일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 임신한 아내까지 일손을 보태고 있지만 영업을 며칠이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주변 음식점들도 대부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전체 종업원 20명 가운데 18명이 중국동포였던 경기 분당의 한 음식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장 ㄱ(35)씨는 “불법체류자 6명은 며칠전 그만뒀고, 4명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설득해 아직 일하고 있다”며 “큰 소리쳐서 붙들어 뒀지만, 걸리면 대책이 없다”고 털어놨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전국 지부에는 단속 전후로 인력난을 호소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당장 대체인력을 구하기는 어렵고, 정부 방침이 바뀔 것같지도 않아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이번 합법화 신청 때 지난해 자진신고 때보다 1만4천명이 줄어든 4만명만 신청해 합법적인 인력이 크게 줄어든 형편이다.
건설현장도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자 300명 가운데 200명이 외국인노동자인 경기 용인시 수지지구 ㅇ건설 공사현장에는 18일 출근한 외국인노동자가 99명에 불과했다. 단속대상자 101명은 자발적으로 나가거나 업체쪽에서 내보냈다. 현장 관계자는 “빠져나간 인력 대부분이 미장공 등 숙련된 일꾼들이어서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공정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건설업계는 겨울 비수기를 그럭저럭 버티더라도, 봄부터는 인건비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인건비 인상 요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개 한국인의 80% 수준을 받던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인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은 4년 이상 불법체류자가 많아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건설업은 비수기이고 제조업쪽은 합법화 인원에 내국인 실업자 취업이 많아 인력수급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는 “법무부가 내년 6월까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발표는 했지만 수용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여서 방침이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이지은 황준범 기자 jieuny@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