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고량주 설원문학상 응모작품

갱년기
한 달에 한번 멋진 여자 뽐내는 모습
반평생 지켜보던 누군가가 질투의 화살을
끝내는 택배로 부쳐왔다ᆞ
달거리를 한방울 한방울 파먹더니
더 파먹을 것 없노라며
몸 전체를 고뿔 싸들고 돌아다닌다ᆞ
머리는 마냥 흐리멍텅 눈은 백내장 귀는 윙윙 바람소리
등짝에서 흐르던 식은땀은 내 고향 해란강으로
철철 흘러간다ᆞ
사채 빚진 빚꾼마냥 가슴은 콩당콩당
흰 머리칼과 잔주름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너는 누구냐?
말라버린 강바닥에 드러난 하얀 자갈
허전한 구석을 어찌 보듬어볼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너와의 싸움
달빛 한 폭에 찢어지는 석양이 무심타만
네가 파먹고 간 웅뎅이에서 기지개 켜며 인생 후반전에
더욱 신난 빛이 뿜겨 나올 것이다
하얀 거짓말
아버지는 매일매일 아침상에 마주앉아
펄펄 끓는 된장찌개
한숟가락 드시고는
어ㅡ 시원하다
하셨다
목욕탕에 가셔서는
아주아주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어ㅡ
시원하다
하셨다ᆞ
아버지의 하얀 거짓말
오늘 왠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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