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박춘혁]할머니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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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박춘혁]할머니와 시인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7.03.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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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고량주 설원문학상 응모작품

 

▲ 박춘혁  약력: 작곡가, 기타리스트. 
《현대시선》 시 등단, CHP 엔터테인먼트 대표,
베셀러출판사 대표.
《클래식 기타 현대주법》 저자.

할머니와 시인

 

할머니는 폐지를 등짐지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오늘은 굶지 않는다고
 
시인은 원고지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짓는다.
오늘도 입에 풀칠할까
 
할머니는 집 뜰 폐지더미에 앉아 한숨을 짓는다.
폐지 값이 반쪽 났다며
 
시인은 원고지로 찬 쓰레기통을 보며 고민한다.
쓰레기를 어디 버릴까
정처 없는 낙엽이 된 원고지
쓰레기도 갈 곳을 잃은 세상
  
 
그릇
  
 
별이 뜬다.

한수
건지러
바다 찾아 왔는데
고요만 흘러넘친다
 
겨우

두개
담았건만
희미한 달빛에
바닥이 훤히 비친다
 

그릇 보다

그릇 
 

변기 
 
하루에도 몇 번
무언가에 깔려
주는 대로 몽땅
받아 먹고산다
 
가끔 체해서
삭히지 못해 씩씩 거리다가
결국
다시 삼키고 만다
 
입술에 흘리기도 하고
그냥 두고 가버려도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다음 끼를 기다린다
 
급할 땐 가장 반갑고
끝나면 보기도 싫은
그게 바로

  
 
이별과 만남 그리고…
  
 
늦가을
붉게 정든 잎
무심코 가지를 떠나
대지의 품으로 향하네
 
어느 덧
싸늘해진 땅
잎새와 만남도 잠시
또다시 외면해 버리네
 
강 넘어
뿌리 떠난 잎
홀로 된 몸 갈 곳 잃어
바람결에 한없이 헤매네
 
낯설고 익숙한 가을 하늘에
아리랑 고개는 높아만 가네
 
짓밟혀 찢기고 깊이 묻혀도
한줌의 씨앗으로 영혼이 끝날 때까지
 
오늘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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