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미란 시]생일케익을 자르며
상태바
[곽미란 시]생일케익을 자르며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7.02.07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동북아신문]사십하고 한 해가 저편으로 잘려나간다
눈가에 늘어난 골목길은
흰 머리카락의 무게를 흥정한다

울기를 좋아해서 울보
밥보다 떡을 좋아해서 떡보인
죄꼬만 계집애

첫돌 생일상에, 백설기
하나로 산을 만드신 엄마
두고두고 가슴 아파 하셨지만
나는 그 후로 한 번도
생일을 잊고 지나친 적이 없다

정월 초닷새
기억하기 좋은 날짜다

아아 나의 어머니
행여라도 설날에 나를 낳을까 봐
당신은, 이를 악물고 며칠을 버텨
기어이 재물신이 왕림한다는 정월 초닷샛날
나를 품에 안으셨다

그래서인가
내 생일은 늘 넉넉했다, 내 생일은 늘 풍성했다

사십하고 한 해의 세월
나는 매 년 생일케익을 잘랐다
케익 한 조각에 엄마의 축복 한가득
생일 촛불의 숫자에 더해지는 엄마의 사랑
산고의 고통은 잊은 지 오라다

한 조각 두 조각, 나는
생일케익을 자른다
케익맛은 여전히 달콤한데
엄마의 모습은 오 간데없다
잘라진 케익 한 조각이
식탁 가장자리에 외로이 놓여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