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사십하고 한 해가 저편으로 잘려나간다
눈가에 늘어난 골목길은
흰 머리카락의 무게를 흥정한다
울기를 좋아해서 울보
밥보다 떡을 좋아해서 떡보인
죄꼬만 계집애
첫돌 생일상에, 백설기
하나로 산을 만드신 엄마
두고두고 가슴 아파 하셨지만
나는 그 후로 한 번도
생일을 잊고 지나친 적이 없다
정월 초닷새
기억하기 좋은 날짜다
아아 나의 어머니
행여라도 설날에 나를 낳을까 봐
당신은, 이를 악물고 며칠을 버텨
기어이 재물신이 왕림한다는 정월 초닷샛날
나를 품에 안으셨다
그래서인가
내 생일은 늘 넉넉했다, 내 생일은 늘 풍성했다
사십하고 한 해의 세월
나는 매 년 생일케익을 잘랐다
케익 한 조각에 엄마의 축복 한가득
생일 촛불의 숫자에 더해지는 엄마의 사랑
산고의 고통은 잊은 지 오라다
한 조각 두 조각, 나는
생일케익을 자른다
케익맛은 여전히 달콤한데
엄마의 모습은 오 간데없다
잘라진 케익 한 조각이
식탁 가장자리에 외로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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