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피신... 경찰진입할까 떨어
[문화일보] 2003-11-18 17일 오후 2시30분쯤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내걸린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외국인노동자센터 앞 골목.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을 비롯한 5명의 정부 합동단속반이 도착하자 ‘비상대기’ 하고 있던 센터 소장 박천응 목사와 봉사자들이 문밖으로 뛰쳐 나왔고 순식간에 싸늘한 긴장감이 흘렀다. 센터내에 모여 있던 50여명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얼굴엔 불안한기색이 역력했다.
“여기도 들어올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막아야죠.”
센터 관계자의 비장하고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단속반은 그렇게 10여분간을 센터 바깥 주변을 돌아본 뒤 센터안으로는 결국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들렸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소도(蘇塗·삼한시대 제사를 지내던 성역으로 죄인이 들어가도 잡지 못하는 곳)’로 자리를 잡았다.
평소 센터가 보호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20여명. 그러나 정부의 합동단속을 앞둔 지난주부터 불법체류자들이 늘기 시작하더니현재는 50여명의 남성 불법체류자가 센터내에 머물고 있고 50여명의 여성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스리랑카인 카말(29)은 “97년 IMF때 들어와 임금도 제대로 못받고 일만 죽도록 했는데 이제 일좀 할만하니까 나가라니 억울하다”며 “지낼 수 있을 때까지 이곳에 있으며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센터측은 이곳의 불법체류자들이 극도의 불안상태를 보이고 있어외부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나마 이같은 피신처를 찾지 못한 불법체류자들은 한달치 식량을 사서 골방에 숨거나 시골로 도망을 갔다고 센터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목사는 “정부의 고용허가제 시행과 4년 이상자 강제출국 조치는 실현성이 없는데다 자칫 정부의 단속이 과잉으로 치닫거나장기화될 경우 이들의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며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로 처벌을 받더라고 센터내 외국인들만큼은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안산〓배한진기자 bhj@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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