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경매 프로필
1980년 3월 노래가사 발표 후, 30년 공백.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동요 ,가사 ,수필 발표.
수기 kBS방송 우수상, 동포문학 제1회 우수상 수상. 최근 시 "사랑"을 쓰면서 활약하고 있음
보무래기
하얀 양털세타가
털 뭉치 엉켜 달고
빨랫감 속에서 걸어 나와
손끝에 매여 달린다
앞뒤로 덕자덕지 달라붙어
몸이 오싹하게 근질거린다
벼룩시장 굴러다닌 흔적
전철에 앉아
구석구석 묻혀 온 도시 먼지들
가스불에 데워낸 땀 냄새
체온에 끓인 찌개 냄새
팥알만한 둥지 되어
다닥다닥 손끝에서 오글거린다
드바쁜 겨드랑에 찡겨
나의 하루를 닮은 아픔
참은 날들이 튀기 된 설음
뜯고뜯고 또 뜯어도
아침이 되면
또 달라붙을
내 삶의 언어들
사랑
입은 닫고
눈이 말하는데
이슬 젖은 소리 뭐라 했기에
마음이 문을 열었을까
눈은 보지 못하는데
마음은
호수 속 깊은
은밀한 구 곳까지
들여다본다
들떠 있는 생각들도
렌즈에 담아 묶어 본다
무릎 꿇고
신끈 매여 줄때
육신은 가만있는데
가슴이 터질듯 뛴다
사랑이 뭐길래
연필
굳은살을 깎듯
살을 깎아
구실을 하는 나
할머니 연습장에서
하늘나라 영감님께
삐뜰 젖어 달리다가
설은 손 멈춰 섰는데
몰라주는 손주놈 연습장
미끄럼 타고 와 칭얼댄다
그리움 서랍에 감추고
손주놈 연습장에 뛰어 넘은 나
아야어여 어지럽게 코방아 찧고
늦은밤 종소리 울려
내일 식단 메시지에
계획 순서 일필하고
서랍에서 걸어 나온 일기책에
기록 정돈하고 나면
나는
또 깎이는 아픔
소소한 일상이지만
깎이고 다슬어 몽톡해도
아직 필요한 존재
행복한 이유이다
외식하는 날
약속한 외식 날
깔깔 흐드러지게 웃는
우리 집 벚꽃들
"주말 외식" 한마디에
"아빠 만세!" 외침소리
거센 파도 일렁이었다
돌같은 이 가슴에
아주 간단한 것에도
저렇게 좋아 하는걸
이렇게 좋은걸
왜 미처 몰랐을까
첫 사랑
거짓과 조건 따윈
비집고 설 자리 없다
창이 열리면
온통 황홀한 세상이다
궁합이 흉하다 해도
상관없다
눈이 맞아
엉겨 붙은 두 마음
칼이면 베여 낼까
베여도 금이 없는 물 같은 사랑
세월도 지워 주지 못한다
여름날의 이야기
가스불앞에 선
내 종아리처럼
무던히도 잘 벋친다
땅에 대일듯
젖은 내 일상을
등에 업은 빨랫줄
생선을 보질보질 굽는
가스불 확확확
땀들이 온몸을 애무하면
체온이 보글보글 된장 끓이고
찌찌찌 고압가마 투정하면
눈확에 고인 땀을
꾹꾹 찍어 낸다
화음의 장단에 춤을 추면
한의원 약탕처럼
내 몸을 짜내는
실내외 고온
꽈악 짜서
밧줄에 걸릴 때는
별들이 오는 밤
서산 너머에 외출 간
햇님이 돌아오면
잠자던 바람이
일어나 뜨락에 나오고
공일 날 푸른 하늘에
내 삶의 조각들이
바람 장단에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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