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권 프로필
중국 연변 왕청현 출생, 연길시문예창작실 주임 2007년 연길시문화관 창작원, 현재 국가1급 극작가
주요작품 중단편소설 <괴로운 선택>등 20여 편장막극 <사랑과 야망> 3부소품 <첫날이불> 등 100여 편소품 <첫날이불> '조선족고급중학교과서'에 실림김정권소품집 <첫날이불> 출판장편동화 <다 함께 차차차> 소년아동 연재(2012), 출판, 연변인민방송국에서 연속방송극으로 각색국가급 4차 성급 20여차 주급 30여차길림성장백산문예상 1차진달래문예상 3차2014년 연변일보 해란강문학상(수필상)2015년 연변문학 문학상(시 부문)
벗었다
아니, 벗겨져 버렸다
부끄럼 한점 없이
속살을 그대로 내바쳐
휘어진 여인의 골격,
볕에 발기워진 살갗은
노을에 부서지고
폭설에 짓물러진 뼈는
고드름으로 차갑다
슬개뼈, 척추뼈 마디마다
회오리를 감아 백두에서
통풍을 앓는 나무여
광풍이 달려들어 악착같이
야윈 몸 물어뜯을 때
그 진통의 마디마디에
하얗게 눈(雪)물을 발라
만고의 새살을 갈망하다
파렇게 파악 부러졌구나
그 굽은 등으로도 별을 업어
저 처절한 삶의 옆구리에
소망의 불씨를 추겨들어
내내 아픈 몸 문지르는
아! 아! 엄마-
권척
문명의 자궁 속에서
탯줄이 풀려 나오면
문화라는 결정체가 탄생한다
번개가 에너지라는 입술에
입을 맞추면 송전탑이 생긴다
콜타르가 땅에 목을 감으면
아스팔트 고속도로가 생긴다
석분이 공기의 젖꼭지를 쥐어짜면
콩크리트 건물들이 일어선다
하다면 이제 산부인과에서는
여자들 자궁을 들어내고
대신 권척을 넣을 일이 아니 한가
해볕수금소
똑똑똑…
누가 아파트 문을 노크한다
문을 열어줬더니 썰렁한
바람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웬 일이오?
수금하러 왔어요.
아니! 낼 건 다 냈는데
또 무슨 수금이오?
바람은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를 보란다
그래서 보니 태양을 가린 구름에
“해볕수금소”라고 씌어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쭉 내려다보니
“공기수금소”란 간판도
만장기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바람에게 돈을 주고
곧장 지렁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 동네로 이사를 가겠으니
받아달라고 하자
지렁이도 지옥세(地屋税)를 내라한다
가을
계절이 배불러
게트림 하는
살찐 가슴,
누가 가을의 갈비살밑에
수술칼을 대는가?
아직 채 벗지 못한
거짓의 비늘 속
저 암덩이들은
날 잡아보라는 듯
통통한 몸뚱이로 깔깔깔
면허 없는 의사의 칼엔
종양이 아닌
괜한 발목만 잘려질 뿐,
오염의 올가미에
목을 걸고
날마다 강녕을 꿈꾸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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