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방대의 시사칼럼] 외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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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방대의 시사칼럼] 외통수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6.11.1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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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만 행정사/언론인

lcman2@naver.com

[서울=동북아신문]장기는 꽤 오래된 우리나라 전통 놀이이다.

장기 알에 초나라와 한나라가 전쟁을 하듯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초한의 항쟁 이후에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겠다.

장기에는 장군이 있다. 장군은 승부를 짓겠다고 궁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이 때 상대방이 궁을 피할 길이 없어 승부가 명확할 때의 수를 외통수라 한다. 외통수에 걸렸을 때는 승자는 승리를 패자는 패배를 확인하는 길 외에는 없다.

만일 외통수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야말로 한 수밖에는 없다. 장기판을 엎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는 100만이 넘는 인파가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구속을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심을 겸허히 듣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는 듯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5,000만명이 나서 시위를 해도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검찰에 따르면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재벌에 요구했다고 한다.

최순실게이트의 몸통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검찰의 조사를 변호하기 위해 청와대는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검찰의 조사기한을 연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간을 벌기위한 조치이다.

행간에는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뜻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87년의 6월민주항쟁이나 2002년의 월드컵 응원 때 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외침에도 불통의 청와대에 메아리는 없다.

이제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지난 토요일보다 더 많은 국민이 모여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외통수에 걸려 있다. 시간문제이긴 하지만 하야든 탄핵이든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임무를 한낱 비선실세에게 맡기고 온갖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국민을 분노케 했다.

마침내 국민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을 전례 없는 5%의 식물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꼼수를 써 임기를 채우려 할 것이 아니라 명예로운 퇴진을 생각할 때이다.

만일 외통수에 걸린 패자가 교묘히 장기판을 엎기 위한 수를 찾듯 꼼수를 쓴다면 다시 한 번 국민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별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퇴진에도 명예로움이 있다. 의도가 어쨌든 국민을 속였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고 더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떠나야 한다. 아름다운 이별이다.

아직 남아 있는 대통령의 최소한의 권위와 위엄 속에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사과하고 퇴진해야 한다. 그나마 스스로 퇴진할 때 마지막 한 조각 명예는 남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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