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박수산의 시는 대개 껄끄럽다. 사색의 모지름을 쓰고 있는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디아스포라 삶의 불균형적인 생활에 대해 날카롭게 파고글며 사회 부조리를 폭로하고 비정의 세계를 흔들면서 지탄하고자 한다. 그런 의지의 강력함을 드러내고자 때론 직설적인 표현을 쓰기도 하나, 흔히 비유와 상징 수법으로 시적 함의를 확장시키며 끈끈하게 깊이 파고들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어김없이 펼쳐 나간다. 평범함 속의 평범치가 않은 대립각을 찾아 시적 상상을 펼쳐나가는 수법 또한 특징적이다. 편집자
중국동포
차라리 한글을 몰랐으면 좋겠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
중국이란 글자만 나오면 떼를 지어 댓글들이 발동을 건다.
어느새 한 군단이 되어
싹 쓸어버리듯
줄 화살을 날리고 있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남들은 하고 싶어도 감히 못 하는 일.
예사롭게 하고 있다.
제 핏줄을 다른 족보에 버젓이 올려놓고
화살에 독을 가득 묻혀
전멸시키지 못해서 아우성 인다.
한 그루의 나무 위에서
잎과 가지가 나란히 풍경을 만들어
온 세상에 찬탄의 목소리 높이련만
지금은 잎 하나라도,
가지 하나라도
더 끊어 버리려고
광란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싸움시켜놓고 제 몸에 수혈하는 썩어가는 가지들.
지금 어느 곳에 엎드려
좋아서 낄낄댈 거다.
그것도 모르고
제일 아끼고 사랑해야 할 잎과 가지인데
뇌사에 걸렸을까
제 보루에다 화살을 마구 날리고 있다.
차라리 한글을 몰랐으면 좋겠다.
죽어가는 잎과 가지들을 안 보았으면 좋겠다.
출구
땅속에 묻히지 않아도
콩나물은 싹이 트고 자라는구나. 생각할 땐
다행이라 생각하다.
기형적으로 자라다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도 못하고
밥상 위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양돈 양계 양어의 양(養}자가 떠올라
자투리땅 속에라도 묻혀야
작은 꽃이라도 피워보고
꿀벌이나 나비의 도움이 있다면
자그마한 열매라도 맺는구나. 생각하니
양({養} 자가 두려워
밟혀서 굳어지는 땅속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묻혀야 할까 생각하다.
아니,
꼭 그 하나의 길밖에 없을까 생각하니
초점을 찾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벽
몸에다 재주를 담고 있다.
참새 한 마리
창가와 나무를 오가며
날개로 허공을 흔들어 본다.
허공이 휘청거린다.
가지 위에서 몸의 평행을 잡아 본다.
굽은 가지가 허리를 편다.
부리를 나뭇잎에다 꽂으며 날을 세운다.
나뭇잎에서 심음들이 뛰쳐나온다.
창가로 내려앉는 참새
유리창에 비친 꽃을 쪼아 본다.
허공이 뒤틀린다.
다시 꽃이 있는 유리창을 쪼아 본다.
몸의 평행을 놓쳐버린다.
또다시 부리로 칼질해본다.
창틀이 신음한다.
꽃이 비친 유리창엔
얼룩이 수북이 쌓이고 있다.
지렁이
평생 익혀온 드릴공법으로는
콘크리트길만은 뚫지 못하나 보다.
길 위로 상륙한 저것
바깥이 땅속보다 더 딴딴하다는 걸
이젠 알았나 보다.
코 뀐 소처럼 원만 그린다.
키워온 비만이 속도를 먹어 버렸나 보다.
사력을 다해 몸으로 노를 저었지만
차바퀴의 사정권에 벗어날 수 있을까
너무 어두워서
시각이 필요 없다고
후각과 감각만 고집해 온 저것
땅속에서 드릴공법으로만 살아온 저것
끝내 콘크리트 길 위에서
제 몸을 다시 조립하나 보다.
머리와 꼬리가 가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지필문학 작가협회회원, 국제문화예술교류회 시화분과 부장
시 수십 편 발표, 지필문학 신인문학상, 동포문학 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