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문학상 응모 작품
[서울=동북아신문]김택의 시들은 현실을 관망하는 자세가 비교적 날카롭다. 시인 자신이 어려운 노무 생활 속에서 손수 겪고 체험하고 있는 가운데서 시의 싹을 발견하고 키워서는 운치와 결이 있게 시구를 짜낸다. 분단의 아픔을 아파하고, 혹은 속절없는 노무생활 속에서 저물어가는 인생의 노트장을 번져 보이며, 쇳소리 나는 노동 현장에서 부서지는 꿈 조작들을 주어들고 햇빛에 비쳐 보이기도 한다.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안고 사는 동포들의 삶을 조명하기 위해 애쓴다. 그의 시들에서는 아파서 아파하는 가슴 깊은 곳의 신음을 들을 수가 있어 되새김이 간다. 편집자
백두산 폭포
세월 싣고
끝없이
내리고 내려도
밑창의
흉터는
아물지 못 하네
아픈 맘엔
눈물이
마르지 않고.
이슬 21
반도 허리에 두른
울바자에
줄줄이 매달린
아기들
북쪽에 대고
엄마 부르고
남쪽 향해
아빠 부르며
오늘도
눈물이 가랑가랑
무너지는 꿈
ㅡ시화공단에서
볕이 뜨거우니
쇳덩이도 부글부글
태양도 타고 피도 파도친다
멍든 가슴에 바늘이 와 닿자
푸르른 하늘로 치솟아 오르다가
넓은 바다에 쫘르르
뿌려지는 꿈의 조각들
소리치며 손을 저어대다가
힘없이 죽는다.
여름
ㅡ2016년 여름, 자전거도로건설현장 속사
아침부터
볕이 드러눕는다
끓는 레미콘이
그 위에서
짜글거릴 때
우리는 땀으로
아지랑이를
들어 올린다
그늘 없는 볕이
뜨거워 도망가면
그 뒤로 추격하는
36.8도의 한낮
이제 두 개의 해가
이 위를
시원히 굴러갈 것이다.
야근
햇빛이 달빛 타고
서해바다에서 찰랑이고는
나의 작업대에 상륙 한다
구리봉 찬 밤을 울리며
귀한 몸 뜨겁게 달구어
용접불이 꽃으로 웃으면
가슴은 연기 뿜으며 타 들고
금속과 금속은 서로 붙어
낮과 밤을 끝없이 이어준다
햇빛과 달빛과 바다의 푸른빛이
차가운 도마 위에 나란히 누워
파란 불꽃 되여 반짝이다
하늘로 훨훨 사라진다
공장에 날아든 철새
일하다 지치면 술 한 잔
휴식하다 지겨우면
소리 한번
공장에서 먹고 자는 게
신선노름인줄 알았는데
바다 위 한 번 못 날아보고
설악산 한 번 못 올라보고
날개 굳어지고
따뜻하고 부드럽던 깃
공장처럼 차갑고 무정해질 줄이야.
신선노름에 썩은
도끼자루 앞에서
불러보고 울어보고 해 봤자
바다건너 높이 쌓은
돌산에게만 미안하고
흘린 피와 땀만 아깝구나
허연 파도 그립고
푸른 하늘 보고파도
새끼 두고 온 곳에
훨훨 날아가야 해도
문이 꽁 꽁 잠겨져
끈에 꽁 꽁 매어져
날 수 없는
감옥같은 초롱인줄
철새는 알았을까

김택 프로필
본명 림금철(林今哲), 아호 하나(荷娜)
중국 길림성 연변 출생, 중국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시분과 부장
제12회 백두아동문학상, 2015 동포문학상 수상
동시집 <이슬>,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 출판
ljz0422042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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