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서경석 목사는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있는 조선족신학생들과 대담을 가졌다. 본지는 그 대담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참가자: 한국유학 조선족신학생 8명
지평: 이번에 우리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있는 조선족신학생들은 서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왔다. 좋은 만남의 자리가 되었으면 감사하겠다.
서 목사: 유학을 오니 중국에서 있을 때보다 생각이 바뀌지 않았느냐 묻고 싶다. 우리가 기독교사회에 참여했을 때는 6~70년대의 일이다. 미국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러 갔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생각도 넓어지고 포부도 커졌다. 그래서 귀국할 때 보니 우리가 배운 것은 상당히 신학적이었다.…
처음 서울조선족교회를 세울 때 나는 동포 돕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정부와 투쟁하고 헌신적으로 일하며 싸워왔다. 그런데 일부 집사들은 왜 말씀만 전하지 골을 썩이는가, 고 투쟁중단을 권고해 왔다. 조선족전통교회출신의 신도들이었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일제시대 일부 성도들의 사고방식과 똑같았다. 즉 예수 믿고 천당 가자, 는 주장이었다.
당시 일제는 한국교회에서 사회문제를 갖고 논하지 말도록 감시하고 강요했다.
그러나 당시 반도는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는 민족운동의 메카였다. ‘3.1운동’ 때에 교회에는 수많은 민중들이 모여 구국운동을 벌리었다.
때문에 한국 교회사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어떤 과정 거쳤는가를 연구해야 앞으로 중국조선족교회의 좌표가 그려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한국교회의 이슈는 정치적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있다. 건데 어디까지가 정치이고 어디까지가 순기독교적인 것인가?
과거의 경험을 보면 정치적인 문제가 이슈로 떠올 때 선교가 제일 잘되었다. 한국교회부흥사를 봐도 ‘3.1독립운동’ 때와 지난 7~80년대 민주화운동 때가 두 번의 부흥기를 이뤄냈었다. 교회가 민족운동과 결부되고 민족의 희망이 되어야 번창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큰 틀에서 보면 조선족문제는 정리단계에 처해 있다. 이번 자진신고기간에 밀입국자, 위명·여권변조자, 위장결혼자 까지 모두 구제를 받게 되어 있고 1년 후에는 재입국해서 5년간 복수비자를 발급 받고 3년간 정상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10년에 가면 자유왕래가 실현되고, 그때 가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고 남고 싶은 사람은 남아있을 것이다. 영주권제도가 도입되면 너무 편리해질 것이다.
조 영광: 영주권을 얻으면 중국국적은 어떻게 되는가? 국적포기는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
서 목사: 영주권은 말 그대로 영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지 중국 국적을 포기하란 말이 아니다. 이번 행사가 잘 처리되면 기술시스템이 보다 완선 될 것이다. 동포들이 단순히 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 가서 비즈니스 하게끔 정부가 도와 나설 것이다. 귀국해서 한국체인점 같은데서 일하면 수입이 높아지고, 한민족간의 연대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13억 거대시장을 겨냥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민족의 운명과 너무나 밀접히 관계된 것이다. 때문에 나는 동포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돌아가 열심히 살게 하는 운동을 도울 생각이다.
그 하나가, 자식이 한국대학에 입학하면 부모가 와서 일해 학비도 대고 돈도 벌어가게 하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캠페인을 벌려 가을쯤에 실현되도록 할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김진표 부총리의 지시 하에 일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양친 부모가 오면 한 사람이 벌어 학비를 대고 한사람은 저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귀국할 때는 자식도 부모도 성취감을 갖고 돌아갈 것이니 미래를 준비하는데 퍽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이런 기대하던 효과가 나타난다면 중국 조선족동포사회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엄청난 열조가 일어날 것이요, 아울러 한국역사도 알고 선진국의 국민의식도 체험하고 배우게 되어 민족의 자각성과 주체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 영광: 그때 가면 입학제도가 어떻게 되겠는지 궁금하다.
서 목사: 정확히 설명 드릴 수 없다. 아마 한국교육부에서 문리과 별로 마땅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때에 가서 한 해에 약 만 명의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왔다 졸업을 해서 귀국하게 되면 한국 측에서는 지방대학의 학생내원을 충족시킬 수 있고, 중국에서는 질이 높은 대학생들을 접수해 충분히 자원으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국에서는 중국조선족들 가운데서 우수한 학생들이 북경대학이나 청화대학 같은데 입학하도록 적극 장학금제도를 세워 민족인재의 양성에 기여할 것이다.
지평: 그러면 신학생들은?…
서 목사: 물론 이제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한국에 와서 신학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조선족신학생들에게 길을 어떻게 열어줄 것인가를!…
조 영광: 친구가 지금 관광 왔다가 불법체류자로 남아 신학공부 하러 신학교에 다니고 있다. 정부의 단속을 피해 다니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해결방책은 없는지?
서 목사: 지금은 안 되지만, 길을 여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교회는 시간이 없으니 여러 분들이 길을 어떻게 열어줄 것인가 같이 연구해야 한다. 전번에도 말했지만 ‘나눔과 기쁨’이란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은 정말 의미가 있다. 지금 이 활동에 참가한 목사의 수가 약 300명으로 늘었다. 그중 약 30%는 이제 여유가 있어 해외로 돈을 쓰자고 한다. 지역사회, 그러니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달마다 백만 원씩 기부금을 걷게 되면 우리가 이백만 원을 보태주기로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미국에 사는 엔지오도 자기네도 보태주겠다고 하더라. 이야말로 교회가 지역사회를 돕고 같이 부흥하는 엄청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박 철: 나는 이번 8월에 귀국하려 한다. 시골 정부를 찾아가 시골학생들을 가르칠 비전을 찾아보려 한다.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서 목사: 모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여기처럼 활동하면 교육에 돈 쓰는 것, 모순되지 않는다. 하느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제 재한조선족문제는 정리단계에 있기에 금방 미래에 대한 비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테면 위에서 말했지만, 유학생부모님들이 와서 같이 돈 벌게 하는 일과 기술프로그램을 충분히 가동시켜 ‘고기 낚는 방법’을 배워주는 것, 또 우리를 놓고 말하면 조선족센터를 세워 종합복지시설을 가동하는 등 일들을 생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지평: 신학공부 하기 어려운 조선족을 상대로 신학교를 세울 생각은 안 해봤는지?
서 목사: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다. 앞으로 센터가 세워지면 신학교를 내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제 조선족들은 중국 연해지구나 대도시로, 한국기업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모여 갈 것이다. 때문에 동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문제라고 본다. 유학생들 가운데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와 자유의 토양 위에서 과감히 성장하여야 한다. 동포사회의 사명이 뭐냐 제시하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만이 민족의 정체성을 살리는 리더십이 될 것이다.
이제 이중삼중문화를 소유하고 있는 조선족은 북한, 중국, 한국 등 3국의 특권계층에 속하는바 장래 동북아평화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금호: 조선족유학생들은 아직 약하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는지 묻고 싶다.
서 목사: 우선 각종 세미나나 아카데미를 조직하고 창의적인 노력을 하여야 한다.
지평: 재한유학생이라고 민족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문제이다. 민족 역사에 대해 바르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급선무라 생각한다.
서 목사: 물론이다. 여름 캠페인을 조직하여 ‘조선족사회의 미래와 지식인의 역할’ 등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지평: 오늘 너무 감사했다. 재한조선족유학생들의 진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