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순 칼럼]면접관이 되어 면접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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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순 칼럼]면접관이 되어 면접 하던 날
  • 배정순 기자
  • 승인 2016.02.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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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정순 서울구로남초등학교 이중언어강사
[서울=동북아신문]지난 1월 28일 목요일 서울의 모초등학교에서 중국어전담강사를 뽑기 위해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여러해 동안 중국어강사를 해온 사실을 알고 있는 교장선생님이 나에게 면접관으로 와서 면접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셨다.

모집공지를 올린지 10일 만에 20여명의 신청자가 등록하였다.
 
서류심사에서 일부를 탈락시키고 3명을 골라 면접과 시연을 통해 최종 1명을 채용하기로 하였다.
 
이력서를 보니 모두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스펙이 화려하였다.
 
한국의 중앙대학교, 외대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북경대학 교환학생으로 중국 현지에 가서 몇 년간 공부한 사람, 또 초등학교 방과후 중국어강사, 이중언어강사, 시사중국어학원 강사, 기업체출강 강사로 강의 경력도 많은 선생님들이 지원하였다.
 
이정도면 어디 가서 정규교사가 안되나? 대단한 분들이 면접 보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선생님들이 중국어로 자기소개를 하거나 대화를 하게하고 발음의 정확성과 회화의 유창성을 알아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3명의선생님이 번호표를 뽑아 면접 순서가 정해졌다.
 
드디어 1번 선생님이 들어왔다.
 
교장선생님이 “먼데서 오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다른 학교에도 중국어과가 설치됐나요? 우리학교가 늦은 편인가요”라고 묻자 “좀 늦다고 봐야죠”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중국원어민을 채용하나요”라는 물음에는 “내국인을 채용합니다. 중국동포를 채용하지 않는 이유는 교사자격증이 없고 또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꺼립니다”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속이 찔렸다. 지금은 많이 순화되었지만 아직도 가끔씩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직업이 교사이니만큼 표준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로 면접할 때는 표정이나 말투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에 동기유발이 중요하다고 썼는데 어떻게 하고 있나요? 중국어로 말해보세요”했더니 중구난방으로 말하는데 얼굴근육이 다 떨리고 있었다. 북경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몇 년간 공부하고 가르치기도 했다는데 중국어 발음도 별로 좋지 않았다.
 
수업시연도 글자, 병음을 쓰는 순서가 몇 번이나 틀렸다.
 
거기에 기업체출강을 하고 있으니 학교에서 시간조절을 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교감선생님이 “시간표가 이미 짜여 져서 조절이 불가합니다”라고 답하였다.
 
2번 선생님의 차례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이중언어강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니 지난해에 계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이중언어강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라는 물음에 “학급수업에 들어가서 다문화학생들에게 수업보조도 하고 오후에 방과후한국어도 지도합니다”라고 답하였다.
 
2014년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일반학생이 635만9,108명인데 다문화 학생수는 6만7,806명으로서 1.0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 맞춰서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부터 외국에서 온 다문화언어강사를 양성하고 초등학교에 배치하여 다문화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 일반학생들의 다문화이해, 국제이해수업을 하게하고 있다. 또 부족한 인력을 내국인 가운데서 중어중문학과 4년제 대학을 나왔거나 중국유학을 다녀온 상응한 수준의 이중언어강사를 채용하여 중국어권 다문화학생이 많은 50여개 학교에 시간제강사로 협력수업, 통역, 상담을 맡아하게 하고 있다.
 
3번 선생님은 “우리 학교 수업시간에 맞출 수 있냐”는 물음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침 1교시에 수업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조절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면접할 때 자기의 주장과 필요사항을 당당하게 말하는데 또 한 번 놀랐다.
 
“자기소개를 중국어로 해보세요” 했더니 몇 마디 더듬거리다가 다른 질문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수업시연을 할 때는 “너 몇 살이니”를 강의하는데 주제와 상관없는 강의를 하고, 또 나이를 묻는 표현에서 오교를 하는 것이었다.
 
면접 결과 학교에서 제시한 조건에 대한 대답이나 발음, 수업능력 등 다방면에서 2번 선생님이 최종 합격하였다.
면접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한국과 인접한 중국이 경제력이 막강해지고 한·중경제문화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중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강사, 한국어를 잘하고, 자격요건을 갖춘 중국원어민강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실은 중국어에 서툰 한국인 강사와 한국어가 안 되거나 잘 모르고 교사자격증이 없는 중국원어민강사가 많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교사를 했어도 한국에서는 중국의 교사자격증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주변에서 많이 들려오는 말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이력서를 써들고 면접 보러 다녔다. 다행히 운 좋게 면접 보러 간 학교마다 합격통지가 왔다.
더 운이 좋은 것은 서울시 교육과학기술부 위탁으로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다문화언어강사 양성교육을 받고 초등학교에 배치 받아 전일제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강의하다보니 스스로의 부족함이 많이 느껴져서 요즘은 주경야독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준비 된 자에게 행운이 온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길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않은 것이다. 또 없으면 내가 만들어 가면 된다.
 
언제까지 알아주지 않는다고 앉아서 투정만 부릴 것이 아니라 도달하려는 목표에 필요한 여건을 하나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내가 그러한 여건을 갖추었을 때에는 주변에 나를 눈여겨보는 보이지 않는 눈들이 나를 찾아낸다.
 
스스로 노력하여 그러한 여건을 갖추자.
 
새해는 중국동포들이 소망하는 모든 일들에 한발 더 다가가고, 그러한 소원들을 성취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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