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이글은 이중언어강사 우수사례에 선정된 배정순 구로남초등학교 다문화언어강사가 쓴 글이다. 15명 정도 우수사례가 선정돼 국회에 제출돼 우수사례집으로 출판예정이라고 한다.<편집자>

얼굴색이 까맣다, 한국말을 모른다, 학습부진아다, 왕따…등등.
그 말들이 다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학생들이 머리가 나쁘거나 공부하기를 싫어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족이 자녀교육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한국어가 서툰 엄마 밑에서 자랐거나,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를 따라 중도 입국했거나 하는 상황 때문이다.
또 어눌한 한국어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어 있고 어울리지 못하고 아는 것도 발표를 하지 못한다.
이런 학생들이 방과후면 나의 무지개교실로 한국어를 공부하러 온다.
하루 빨리 한국어수준을 높이려고 국어교과서, 국어활동, 또 여러 웹사이트에서 국어기초능력향상을 위한 학습지를 프린트하여 풀게 하였다.
애들은 처음에 잘 따라 하다가 점점 힘들어 하고 지치고 수업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가 한국어로 말하라고 해도 저희들끼리는 중국어로 말하는 것이었다.
애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 애들이 교실에서 위축되어 있다가 그나마 다문화교실에 와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구나.
이 애들에게 일반학생들한테는 없는 한·중 이중언어를 알고 있는 강점도 살려주고, 동화구연도 하면서 재미있게 한국어공부도 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면서 “그래 이거다!” 하고 탄성을 질렀다.
나는 간단하면서도 다문화적 교육가치가 있는 동화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한참 고르다가 ‘괜찮아’란 책에 시선이 꽂혔다.
책의 대체적 내용은 이러하다.
한 어린이가 ‘개미는 작아’, ‘타조는 날지 못해’, ‘기린은 목이 너무 길어’ 이렇게 단점만 지적한다. 개미는 ‘괜찮아, 난 힘이 세’, 타조는 ‘난 빨리 달려’, 기린은 ‘난 높이 닿아’ 이렇게 자기의 장점을 당당하게 말한다.
다문화학생들은 비록 한국어가 좀 서툴더라도 엄마나라 말, 또는 모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동화책을 이중언어로 번역하기로 했다. 제법 잘했다.
그리고 동화에 나오는 동물들을 그려서 종이에 오려 붙이고 머리띠를 만들어 쓰고 이중언어로 역할극을 했다.
학생들은 자체로 번역한 대본을 가지고 인형극을 연습하면서 아주 신나하였다.
나는 손동작, 표정도 가르쳐주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학생들과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잘된 점을 격려해주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찾아 고치게 하였다.
이러는 과정에서 한국어능력도 쑥쑥 늘고 표현력도 높아졌다. 더불어 자신감도 커갔다.
애들의 얼굴표정이 밝아지고 수업시간이 되기도 전에 미리 와서 동화책을 읽었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애들이 평소에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그림동화책을 만들어보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글은 내가 쓰고 반복해서 읽게 하고 내용에 맞는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제법 그림을 근사하게 잘 그렸다.
“너희들 모두 그림동화작가야” 하고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었다.
어느 날 서미경, 이지현, 최준영 학생이 다문화교실에 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기 바쁘게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는 것이었다. “뭐 하는 거니?”하고 물었더니 “저도 동화를 쓸래요”하는 것이었다.
“아, 잘 가르치지 못하는 교사는 있어도 잘 배우지 못하는 학생은 없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쳤다.
“글로벌시대에 걸 맞는 인재로 육성하는데 한 몫을 해야지”라고 다짐을 하면서 오늘도 애들의 밝은 미래를 그려보면서 힘차게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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