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안팎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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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안팎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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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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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닐라 한국대사관 재입국 ‘급행료’ 분통
[한겨레] 2003-11-16

고용허가제 시행에 따라 출국한 필리핀노동자들이 마닐라의 한국대사관에서 재입국 비자를 받기 위해 며칠씩 줄을 서고, 급행료까지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3~4일 줄서야 비자신청 뒷돈 요구에 현지 반한감정 16일 필리핀 노동자 3명과 함께 출국했다 돌아온 김경태(46·대구기독교근로자 센터 외국인노동상담소) 목사와 외국인노동자들에 따르면, 출국할 때도 밤새 줄을 서 사증발급확인서를 받아 귀국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자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 또 며칠씩 줄을 서고 있다.

지난 2일 김 목사와 함께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외국인노동자 3명은 3년 만에 돌아온 고향 땅에 감격해 할 겨를도 없이 곧장 마닐라 마카티시에 있는 한국대사관으로 내달렸다. 하루 빨리 비자를 받으려고 줄을 서기 위해서였다. 한국대사관 앞에는 이미 300~400명이 줄을 서 있고, 이렇게 3~4일은 줄을 서야 비자신청서를 낼 수 있다는 얘기에 이들은 눈앞이 캄캄했다.

한국 체류기간이 3~4년 사이인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사증발급인증서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지만 이들은 회사로부터 5~7일 정도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K은 휴가기간동안 몇년 만에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던 이들은 애가 탔다.

한국대사관은 직원 2명이 오후 2~4시 사이만 업무를 보고 창구를 닫아버렸다. 결국 이들은 500~1000페소(한화 1만~2만원)의 급행료를 내고 ‘티켓’을 산 덕분에 24시간 정도만 줄을 서고 접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한국에서 자기 나라 노동자들을 쫓아낸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현지인들이 최근 벌어지는 한국대사관 앞의 북새통을 보고 노골적으로 반한 감정을 드러낸다”며 “우리 대사관의 고압적인 태도도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국에서 귀국한 필리핀 노동자들이 재입국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현지 공관에 줄을 서고 급행료를 받는다는 내용은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며 “상황을 파악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 명동성당등 농성현장 출국거부 “합법” 함성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단속을 하루 앞둔 16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하는 등 전국 10여곳에서 2천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전국 10곳 2천여명 참가‥중국동포 3일째 단식농성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단’ 소속 외국인 노동자 150여명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강제추방 정책을 철회하고, 모든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전면 합법화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서선영 선전국장은 “경남 창원에서 400여명, 경기 마석에서 200여명, 전북 전주에서 100여명 등 전국 12곳에서 2천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성과 항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농성에 참여중인 네팔 출신 샤멀 타파는 “일부 업체에서는 사장들이 밀린 임금을 주지 않고, 산재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 상태에서 강제 추방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재외동포법 개정 헌법소원을 낸 5천여명의 중국동포 중 3천여명도 지난 14일부터 서울과 경기도의 12곳 교회에서 사흘째 집단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에서 단식농성중인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의 박혜수씨는 “정부가 국적을 회복해 줄 때까지 계속한다는 것이 우리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김영록(52)씨는 “가족들은 걱정이 돼서 ‘빨리 들어오라’고 하지만 밀린 월급 100만원을 받지 않고는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이른바 ‘조선족 타운’은 강제추방을 피하려는 중국동포들이 대거 잠적하면서 썰렁한 모습이었다.

ㅈ중국상품점 종업원 조아무개씨는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고 단골들만 전화로 ‘지금 거기 단속 안 하냐’고 묻고 있다”며 “언제까지 장사가 이렇게 안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ㅅ 음식점 주인 김춘자씨는 “비행기표를 못 구했다는 사람들이 어젯밤 식당에 와서 밤새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태희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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