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의 한 카페. 기자를 포함한 한국인 일행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에 있던 몽골인 손님들의 적대적인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언짢은 표정으로 수군대던 이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들 중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업소 문을 나서며 불쑥 한마디를 내뱉었다. ‘ⅩⅩ놈’. 어디서 배웠는지 분명한 한국어 욕설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들의 적대감에 기자 일행은 모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울란바토르 도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산 자동차 물결이며 TV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한류 열풍’에 들떠있던 자부심이 단번에 날라가는 순간이었다.
현지 가이드 돌마(35)도 때를 놓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사장님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제발 ‘인간’으로 대하라고 전해달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1993년에 이민온 교포 오선희씨(37·여)는 “한국에서 돌아온 몽골인들이 늘어날수록 반한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곳에서는 ‘한국인들은 백인에게는 굽실거리고 다른 인종들은 천대한다’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몽골 정부 고위관계자 사이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24일 방한을 앞둔 잉크바야르 총리는 14일 기자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몽골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복지증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논의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지원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처지이나 자국 노동자의 인권문제는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17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집중단속이 시작된다. 이미 불법체류자와 정부당국의 마찰은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시아 곳곳에서 ‘어글리 코리안’이란 손가락질을 받지 않도록 인권을 고려한 외국인 노동자 정책과 이의 실천이 절실한 때다.
〈김종목기자/사회부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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