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르테르의 슬픔" 중국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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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번뇌>>.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서간체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롯데를 열렬히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실의에 빠져 마침내 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베르테르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 신분제 사회와 융화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젊은 지식인의 전형을 형상화했다.
소설은 18세기의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베르테르가 즐겨 입던 연미복과 노란 바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주인공처럼 자살하는 자가 늘어난 것이다. 아름다운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숱한 <<모방자살>>을 불러 왔다.
베르테르식 열병을 야기 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끼쳐 책은 1775년 판금 당하기도 했다.
여기서 <<베르테르 효과>>란 자살이 유행처럼 퍼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가 1974년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학 용어를 새롭게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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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최고의 학부인 베이징 인민대학에서 2학년에 재학 중인 왕요(王尧) 군이 기숙사 창문에서 투신 해 목숨을 끊었다.
겨우 21살이라지만 빼여난 재능으로 문단에서 꽤 알려진 20대의 젊은 시인이다.
그의 유작 중에 “안혼곡(安魂曲)”이라는 시가 있다.
호흡하는 얼음장은
유리 담장 처럼 갈라졌다.
얼음장은 개미의 더듬이 처럼 말한다
꽃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는가
검은 가지는 뻗어 나가고
푸른 연기는 탯줄처럼 똬리를 튼다
시계바늘은 바다에 떨어져 죽음의 초수를 기록한다.
장례는 시작될 것인가?
(하략, 필자 중역)
유리장같은 생명의 취약과 작자 자신의 유약함을 보여주는 듯한 시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이 애끓는 존재론적 감수성에 바탕을 둔 고민을 남겨두고 시인은 유리장처럼 스스로를 부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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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상 살아갈 이유도 재미도 없고 힘들고 지쳐서, 하려고 하는 일들이 뜻대로 안돼서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목숨을 끓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방지협회(IASP)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자살은 교통사고와 각종 재난, 질병에 이어 13 번 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사인에 속한다.
중국에서 그 상황은 심각하다. 중국심리위기 연구 및 예방센터에 의하면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매년 25만 명이 자살하고 있다. 특히 15-34세 연령층에서는 압도적인 사인이 되고 있다. 또 매년 200만 명이 자살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폐암과 교통사고가 사망원인 제 1위, 자살로 인한 사망이 사망원인은 제 5위에 이른다.
자살적 태도의 발생 이론은 크게 생물학적, 사회학적, 심리학적 이론으로 나뉜다. 오로지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 분위기, 불평등, 인간 소외 등 사회적 요인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심리학가들은 <<가장 두드러진 경제, 사회적 변동, 즉 고도의 도시 산업화가 현대인을 죽음으로 몰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자살은 인간만이 저지를수 있는 <<범죄행위>>일 것이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행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당사자가 느끼는 절망감은 엄청났겠지만 자살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며 더구나 탈출구가 될 수 없다. 죽음의 의미는 당사자보다도 살아남아 있는 사람의 몫이므로 오히려 더 많은 고통과 짐을 친지들에게 떠 넘기게 된다.
자살율이 높아진다는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 속의 삶이 힘에 버겁다는것을 뜻한다. 따라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에 더욱 중시를 돌려야 할 것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가족 간의 유대강화, 사회에서의 소통체계를 활용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려야 한다. 아울러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통해 생명을 중시하는 정신적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모두 따뜻한 사회적 련대를 구축해 힘들어 하는 이들을 부축해 나가야 <<베르테르 효과>>를 두절할 수 있을 것이다.
- “청우재(聽齋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