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 까지 연령별로 끼리끼리 찾아 앉은 한동네사람들은 우-와~ 소리치며 요란한 박수를 쳤다. 사진기의 플래시도 무시로 터쳤다. 신랑신부가 퇴장하는 결혼예식장에 들어선 기분이다.
10년, 20년, 심지어 30여년 만에 만난 이들도 있다. 한동네에 살다가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가 바다건너 고국으로 찾아와서 돈 벌기 위해 죽자살자 일하다가, 이제는 자기 삶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겨서 인줄 모른다. 그렇게 떨어져 있다가 만나도 한동네에서 살아온 어제만 같고, 어제 보아왔던 얼굴을 보는 듯하다. 단지 변한 것 있다면, 모진 세월이 남겨놓은 얼굴의 주름살이다.
임성호 회장은 '동네모임'의 취지를 "다양한 양질의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여 한중문화 차이를 좁혀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고향의 정으로 친목을 다지고 화합과 단합, 상부상조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제2 삶의 터전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고, "또 고향사람들로 하여금 단조롭고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각종 다채로운 문체활동에 참가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데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아닌 지역 '동네모임'에서 들어보기 힘든 말이다. 그만큼 동북3성 까마아득한 작은 부락에서 서울 올라온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서울 풍토에 적응이 되었다는 징표이다.
참새는 작아도 오장륙부가 있다고 한다. 조직도 잘 짜였다. 회장 임성호, 부회장 이순녀, 이진숙, 사무총괄 조영현, 행정부장 권석동, 문체부장 임정자, 재무부장 진옥순, 대외협력부장 장성국, 그리고 고문으로 이창복, 장여선, 김련덕 등이다. 고향에서도 일 잘하고 무던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다. 믿음이란 살 같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여전한 것이다. 그리고 근본이 변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온 방이 넘쳐나도록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마주 앉아 왁짝지껄 권커니 작커니 잔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중심툰' 고향사람들의 순박한 정과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들이며 행동거지들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이들의 서울 생활에 날마다 평안과 행복이 깃들기를 빌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