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발전하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기반을 마련했고, 경기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와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FTA타결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인 중국언론에 비해 한국언론은 농업위기론과 중소기업의 고전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중 FTA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양면의 칼’이다.
한중 양국정부가 장기간의 협상을 결쳐 어렵사리 타결된FTA 평가와 전망은 각국의 입장의 차이에 따라 다르다. 즉 ‘기대반 우려반’의 평가와 전망이 엇갈린 한국언론에 비해 당사국 중국언론은 FTA 타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지금까지 중국정부가 체결한 협정 중 적용범위와 국가별 교역액이 가장 큰 중한FTA는 대체로 양국간에 이익균형을 맞춘 비교적 높은 수준의 무역협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인민망(人民网)은 “연간 무역규모가 2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대국이자 흑자국인 중한 양국은 FTA 타결로 향후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문화와 인적자원의 교류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중 FTA타결에 대해 구민언론은 ‘실익 공유의 윈윈’을 언급한 반면 일본언론은 ‘경계와 관망’의 태도를 보였다.
FTA의 타결로 양국간의 관세 등 무역장벽이 낮춰짐으로써 제 3의 경쟁국들에 비해 가격경쟁력 등에서 당사국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무역조건을 서로 제공받을 수 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타결에 따른 실익에 대해 “실질국내총생산(GDP)이 5년 후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정부와 경제계가 FTA 타결을 환영하고 반기는 이유이다. FTA가 체결되면 회원국간의 시장개방을 통해 국내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외국인 투자확대 및 비교우위 산업성장 촉진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비교열위 산업은 수입확대 및 가격하락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기술경쟁력이 중국보다 앞선 대기업과 제조업 분야는 ‘득’이 되지만, 기술적 우세가 크게 없는 중소기업은 고전을 면치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국 산업부는 생활용품과 기계, 석유화학, 전기•전자, 고급철강 등 제조업종과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중소기업 제품들이 중국의 관세특혜에 힙입어 중국 내수시장 진출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수출의 절반을 가공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의 무역구조를 감안하면 제조업 분야에서 FTA의 실제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중국에 이미 공장을 설립한 자동차나 전자제품과 같은 가공무역의 경우 이미 관세를 면제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에 성공하려면 중국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현재 샤오미, 레노버, 하이얼 등 중국의 IT•가전업체들은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앞세워 중국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또한 가파른 임금상승과 세제혜택 철폐 등 중국 기업환경의 변화로 한국기업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기존 제조업중심의 발전전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금번 한중FTA에서 한국은 쌀과 쇠고기, 중국은 자동차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민감한 품목은 관세자유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쌀을 비롯해 고추•마늘•양파 같은 양념채소류와 쇠고기•사과 등 주요 신선농산물은 개방대상에서 빠졌다. 한국정부가 “농수산물 개방수준은 역대 최저”라고 자평하는 이유이다. 반면 보수적인 한국언론과 일부 농민단체는 “한중 FTA 타결로 중국산 농산물이 범람할 것이며 이는 신음하는 국내 농업을 완전히 파탄시킬 것”이라는 확대해석과 함께 농산물 개방을 쓰나미에 비유하면서 이른바 ‘농업위기론’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부익부빈익빈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값싼 중국산은 최하층 서민들이 애용하고 있고 부유층과 중산층은 여전히 신토불이•국산에 집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시장과 수요는 공급을 부르며 외국산과 국산은 경쟁을 통해 얼마든지 공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편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이며 품질도 좋은 한국산 농산물은 중국의 농식품 내수시장 공략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예컨대 고품질 한국산 유제품이 일본제품보다 3배나 비싸지만 중국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금번 한중 FTA가 정식 체결되면 향후 중국은 농산물 시장의 91%, 수산물 시장의 86%를 개방하게 된다. 득과 실, 기회와 위기는 당사국 서로에게 균등하게 존재한다. 역설적으로 값싼 중국산이 한국서민들에게 애용된다면 품질이 우수한 신토불이 국산도 13억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현재 높은 관세장벽에 막혀있는 ‘저질’ 중국산 농식품이 신토불이(국산)에 연연해있는 한국인들의 밥상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최근 한국언론이 한결같이 수혜업종으로 지목한 서비스업과 한류콘텐츠, 엔터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FTA 타결로 인한 인적•물적 교류의 확대가 운송과 항공업 및 레저산업에 기회요인이 된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운송비용 절감, 위안화 강세에 따른 중국인 구매력 증가가 이러한 경향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FTA 타결로 중국정부가 엔터시장 개방과 저작권 보호 명문화로 한류콘텐츠 보호기반이 마련된다. 한류콘텐츠를 받아들여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중국정부와 신규시장 개척이 절실한 한국업체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재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의 인기는 중국에서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중국의 엔터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소수의 한류스타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고급적이고 다양한 켄텐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칫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우스운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경쟁과 대외개방을 의미하는 FTA를 거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개방자체 반대와 농업보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한국국민들이 중국산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21세기 글로벌경쟁시대에서는 신토불이와 외국산 경쟁이 불가피하므로 ‘신토불이’ 폐쇄의식에서 국제화의식(개방에 따른 경쟁의식) 전환이 절실하다. 요컨대 한중FTA 는 침체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반면 피폐화된 국내농업과 중소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한중FTA를 한국경제 부활의 만능열쇠로 착각한다면 난센스다. 국수주의 범람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愚)를 범하게 하므로 모름지기 지양돼야 한다.
한중FTA의 타결로 수혜를 받게 되는 또 다른 집단과 개인이 있다. 그동안 한중 경제발전에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온 중국의 조선족사회와 60여 만 재한중국동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