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중국사회가 중국인의 전통적 정치관이며 권위주의 상징인 ‘인치’에서 벗어나 법치화로의 체제 전환은 60여 년간의 파란만장한 곡절과 역사의 시련을 겪은 것과 크게 관련된다. 무법천지로 ‘인치’가 극성을 부렸던 10년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무소불위의 문화혁명소조가 모든 사법권을 행사하면서 중국사회는 ‘인치’가 초래한 ‘혼란의 시대’를 경험했다. 1980년대부터 중국정부는 사회주의법제국가 건설을 전면 추진, 21세기 초 WTO 가입과 함께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법률 제정 및 개정의 가속화로 법치화는 상당히 진전되었다. 당의 15차 대표대회는 의법치국의 사회주의법치국가 건설을 국정과제로 설정, 법치국가의 전면적인 건설을 본격 추진했다. 당의 18차 대표대회는 의법치국을 국정운영의 기본방식으로 천명, 법치화를 국가의 핵심과제로 선정하였다.
금번 시진핑 정부가 국정 법치화 지속 추진을 모토로 제시한 사법개혁 청사진은 크게 세 가지로, 사법독립과 당정기관에 대한 권력제한 및 전국민의 법치의식 제고 등이다.
사법독립 관련 조치로는 당정간부들의 사법개입 기록•통보 제도 도입, 최고인민법원의 순회법정 설치, 행정단위를 초월하는 인민법원과 인민검찰원 설치 검토, 인민법원과 인민검찰원의 사법행정사무관리권과 재판권•검찰권의 분리, 인민배심원제도 개선•강화 조치 등이다. 이중 주목받는 최고인민법원의 순회법정 설치와 ‘행정구획 초월’은 그동안 인사와 예산권을 장악한 지방정부에 휘둘렸던 지방법원에 대한 ‘권한 강화’ 조치로, 이는 지방정부의 보호주의를 타파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기층조직에서 근무해서 경력을 쌓은 법관•검사들의 상급기관 승진에 관한 인사제도의 도입, 당정기관의 공직변호사 채용제도 도입 등은 사법독립과 밀접하게 연관된 개혁조치로 해석된다.
당정기관에 대한 권력제한 조치로는 중대결정에 대한 법률심사제 및 종신책임제 도입, 지방정부의 입권권한 제한, 당정기관의 초법적인 위법행위 근절을 위한 권한리스트 작성, 검찰기관의 공익소송 제기 등이 포함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당정기관 지도간부들의 사법개입 차단을 위한 조치로, 판사•검사가 재판개입 행위를 기록하지 않으면 책임을 추궁하고 처벌받는 제도의 도입이다. 또한 당정지도간부의 성과평가 기준에 법률 준수를 포함시켰고, 정부의 의사결정도 법적 기반을 갖추는 한편 대중 참여와 전문가 검토, 리스크 평가와 합법성 심사 등을 통과하도록 결정했다. 이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당내 권력자들에 대한 권력제한 및 견제장치 마련을 통해 “권력을 새장(제도) 안에 가두는” 시진핑 정부의 ‘인치’에서 법치화 전환을 위한 사법개혁 의지를 보여준다.
전국민의 법치의식 제고를 위한 관련 조치로는 국가헌법일의 제정, 공직자의 헌법준수 서약 의무화, 초중고교에 법치지식에 관한 교육과정 도입 등이 포함된다. 특히 전인대가 국가헌법일로 제정된 12월 4일은 1982년 중국정부가 헌법을 제정한 날이다. 이는 의법치국의 법적 보장인 헌법통치에 대한 강조와 전국민의 법치의식 제고, 헌법의 권위를 강화하는 조치이다. 한편 향후 모든 공직자에 대한 헌법준수 서약이 의무화된다. 이는 공직자의 헌법관념 강화와 헌법수호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며, 공직자의 법치의식 개혁이 우선적이라는 각 계층의 대중적인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초중고교에 법치지식에 관한 교육과정 도입조치는 전국민의 법치관념 강화와 법치사회 구현 및 국정 법치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해준다.
한편 헌법통치의 일환인 형법개정안은 반부패 정책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뇌물수수 공직자가 자수하면 처벌을 면제하는 기본 조항은 삭제하고, 권력을 남용한 공직자의 부당이득 범죄행위를 본인 외에 친족 등으로 확대했다. 또한 금품수수의 규모로 형량을 확정하는 기존 조항에 구체적 죄질을 평가해 판결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행정소송법도 소송범위를 확대하고 행정기관의 법정기관 출석규정을 강화하여 일반인들에게 문턱을 낮췄다. 현재 ‘인치의 산물’인 중국의 공직자 부정부패는 의법치국의 법치국가 건설과 국정 법치화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최근 시진핑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반부패 정책은 ‘인치’에서 법치화로 전환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요컨대 국정 법치화의 정상적 추진을 위한 사법개혁은 헌법통치가 기반인 의법치국의 법치국가를 건설하는 법적 보장이 된다. ‘인치의 상징’인 당정간부들의 사법개입 근절과 중국사회에 만연된 공직자 부패척결은 21세기 중국이 ‘인치’에서 벗어나 국정 법치화를 실현하고 의법치국을 통한 법치국가를 건설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된다. ‘인치’의 근절과 국정 법치화 실현은 이 시대가 부여한 역사적인 사명이다. 한편 당의 영도하에 진행되는 사회주의법치국가 건설은 결코 ‘당치(党治)’가 신성한 법치위에 군림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치가 ‘당치’에 예속된다면 또 다른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