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의 대화

거무스름한 돌담 위에서이다.
널찍한 잎들을 활짝 벌린 모습이 싱그럽다.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노오란 호박꽃이 환히 빛난다.
꽃송이가 너무나도 멋지고 인상적이다.
“야! 호박꽃도 이렇게 예쁠 수도 있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못할 소리를 하며 호박꽃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호박꽃이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를 보고 예쁘다는 사람도 있기는 있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 무안해서 이렇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사람들이 밉지도 않소?
‘호박꽃도 꽃이냐’고 무시하기만 하니… ”
그러자, 호박꽃이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미워할 게 뭐 있소.
꽃이 아니란대서 내가 꽃이 아닐 것도 없고
내가 못생겼어도 나를 찾아오는 벌들은 끊이지를 않는데요.”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개의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
사람들이 호박꽃을 꽃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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