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사람들의 결혼식에 뭘 입고 가야 할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고른 불편한 옷을 입고 겨우겨우 식장에 도착. 사회자의 떠들썩한 사회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보전하고있다가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또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는 식장을 빠져나오기가 일쑤였다.
귀한 시간을 내서 왔지만 방명록에 서명하자마자 바로 식장을 빠져나가는 이도 많다. 나 또한 가끔은 그 부류에 속할 때가 있다. 흘끔 신랑 신부를 보고는 낯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식사를 하면서 앉아있기가 무엇해 그냥 살금살금 도망치듯 식장을 빠져 나간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에 진행되는 이 과정들이 내가 다녀온 여섯 번의 결혼식에서 반복되었다. 그날 그 결혼식이 누구 결혼식이였더라, 헷갈리기까지 한다. 문득 천편일률적인 형식의 결혼식은 마치 매우 재미없는 연극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의 장본인들은 이 결혼식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했을까.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린 뺄건 다 빼고 꼭 필요한 것만 했다고 이야기한다.그런데 뺄건 뭐고 꼭 필요한 건 또 뭔지 잘 분간이 안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몇 달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결혼비용이 필요한건지. 례물이며 혼수는 그렇다치고 식장에서 먹는 밥값에 놀라고 드레스 대여비에 놀라고 사진값에 놀라고 장식된 꽃값에 또 한번 놀란다.
혼인은 두 사람의 약속이고 사랑의 결실이라지만 이것이 사회안에서 하나의 제도가 되면서 수학문제를 풀듯 똑같은 방정식에 대입된다. 그 당연한 방정식들은 결혼식에 드는 비용으로 산출되어 양가의 어깨를 무겁게 지지누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요즘은 작은 결혼식, 두 사람만의 특별한 결혼식도 심심치않게 모습을 드러낸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나온 걸음에 두사람만의 세리머니로 결혼식을 대체하거나 지인들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어릴 때 엄마 손잡고 따라갔던 막내 삼촌의 결혼식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촌스러운 흑백사진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진지하고 경건하게 결혼식을 지켜봐 주었던 하객들과 지금처럼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뜨끈한 국물에 오가는 목 따가운 술 한잔으로 기쁜 마음을 나누었던 밥상우의 경치가 왠지 모르게 그리워진다.
조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