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렬 시인 월간‘문학바탕’ 신인상 수상…한국 문단에 정식 등단
상태바
변창렬 시인 월간‘문학바탕’ 신인상 수상…한국 문단에 정식 등단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4.09.02 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문학바탕 곽혜란대표로부터 신인상 수상을 시상받는 변창렬 시인
[서울=동북아신문]중국동포 변창렬 시인이 ‘문학바탕’ 문학지 2014년 4호 신인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에 정식 등단했다.

변 시인은 지난 8월 20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국제문학바탕무인협회•월간문학바탕(대표 곽혜란)(2014.4호)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제8회 세계적 시인 초대석’ 문학행사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것.
 
이번 시상식에서는 중국동포 변창렬 시인의 시 ‘지게’(외4수)가 신인문학상을 받아 주목을 끌었다.
 
변 시인은 지난 6월 29일에 진행된 동포문학 2호 출간기념식에서도 시부문 특별상을 받아 시의 문학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편, 월간 문학바탕은 2004년 8월에 창간호를 내서 올해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문학바탕 곽혜란 대표는 이날 행사의 인사말에서 “문학바탕은 문학의 순수함과 즐거움을 나누는 문예교양지로서 문학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건강한 문학적 토대가 되고자 힘쓰겠다”며, “문학바탕문인협회는 회원들을 품위 있는 문학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게 (외3수)
변창렬
 
산이 떠서 간다
뒤에서 보면
두 발만 옮겨진다
 
산의 해묵은 무게에
지게는 산등성이 되었다
노인 허리도 산등성이다
 
산이 힘들어 쉴 때
둔덕에 올라선 두 발
저 멀리 메고 갈 길 찾는다
 
산이 무너졌다
지게 목발처럼 꺾인 어르신
감은 듯 뜬 듯
지고 갈 무게를 가늠한다
 
지게 위에 울고 있는 산
노인 눈언저리에 틀고 앉았다
산이 된 어르신
거칠게 무겁게 쉬고 계신다
 
파도
한족을 번쩍 들어 올린다.
 
이쪽에 힘쓰면
저쪽도 일렁인다
피에서 눈물로
숨결에서 맥박으로
 
해 솟는 동해의 정맥
달 뜨는 서해의 동맥
심장으로 출렁인다
지평선 끝까지 밀고 간다
 
혈관 속에 흐르는 파도
산보다 높다
깍지 낀 두 손
파도를 지휘한다
 
배꼽
나무는 상처를 남겼다
생긴 것이 배꼽이다
 
자세히 보면
옴푹 패인 흔적 울고 있다
내 배꼽과
똑같은 것
 
수천 개의 배꼽이 말라붙어
말없이 오므라질 때
훗날 기약하면 힘을 숨긴다
 
두터운 윗도리 홀랑 벗고
긴 잠을 청한다
얼음이 녹고 물기 오르면
새 움이 틀 것이다
 
민들레 홀씨
 
젊어서 둥글게 모여 살다가
넑어서 낱낱이 흘어 버린다
온 세상에 날리는 택배
 
잠깐 쉬어가는 간이역
허공에서 주춤하더니
은하수에 발 담그고
북두성 끝까지 맴돌아
별똥별이 되어 돌아오는가
 
고운 발톱 깨끗이 깎고
메마른 언덕에
다시 꽂아주려나
 
심사평
사물에 대한 관조와 통찰
변창렬 시인의 위의 시들을 이 달의 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변창렬 시인의 시는 응축적이며 간결하다. 시의 의미와 리듬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지게 뒷모습을 보며 “산이 떠서 간다”, 일렁이는 파도를 보며 “한쪽을 번쩍 들어 올린다”고 표현한 구절은 많은 시인들이 본받을 만한 훌륭한 시법이다. 흩어져 날리는 민들레 홀씨를 두고 “온 세상에 날리는 택배”라고 표현한 구절도 대단히 재미있는 발상이다.
변 시인은 실제적 현상에서 보이는 풍물과 사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에 대해 애착을 갖고 존대의미를 부여하는 등, 인생의 참뜻을 구현하는 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사물에 대한 관조와 통찰을 통해 인간의 삶을 조명하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심안이 깊은 시인이다.
군더더기 없이 잘 다듬어진 시에서 변 시인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한국문단의 정식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민용태, 곽혜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