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주석의 방한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국빈 방중에 대한 답방 성격이며,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로는 처음이지만 실제로는 네 번째다. 박·시 한 중 두 정상이 회동한 것은 취임 이후 다섯 번째다.
시 주석 내외는 전용기 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에 내린 후 공항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 내외, 권영세 주 중국대사 내외,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그리고 최종현 의전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시 주석 내외는 시내 한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청와대를 방문, 오후 4시께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잇달아 갖는다.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 양국 관계 발전,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어 양국간 실질협력 강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10여 개의 협력문건에 합의·서명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날의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한다.
양 정상은 이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을 끝으로 시 주석의 방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시 주석은 방한 이틀째인 7월4일에는 양국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하는 '경제통상협력포럼'에 박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같은 날 국회를 찾아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고 서울대에서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통해 한국 젊은 세대와 소통할 예정이다.
펑 여사도 창덕궁 관람이나 한국전통문화체험 등 행사를 소화하는 등 활발한 ‘소프트 파워 외교’ 행보를 펼친다.
<해설>
시 주석은 1995년, 2005년, 2009년 세 차례 방한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이후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주석이 취임 후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방문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8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차기 중국 지도자로 내정되고 부주석에 취임했을 당시 시 주석은 첫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선택해서 그해 6월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 방한 때 다루어질 주요의제로 북한 핵, 교착상태에 있는 한중 FTA,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는 일본에 대한 공동대응,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공조 등을 들고 있다.
시 주석 방한 때 우리 입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의제는 역시 북핵 문제다. 다만 중국은 자국의 한반도 기본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그리고 이를 위한 6자회담 재개를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 방중 당시 발표한 양국 공동성명에서 우리 측은 ‘북핵 불용’이란 용어를 사용한 반면, 중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포괄적 용어를 고수했다. 중국은 남북과 고루 친한 ‘한반도 균형자’ 역할을 전략적 목표로 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우리가 기대하듯 북한을 직접 거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쪽은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한국과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영토갈등,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일본과 강하게 충돌하고 있으며, 한국과 한목소리로 일본을 압박하고 싶어한다. 시 주석 취임 이래 하얼빈 기차역에 안중근 기념관을 건립하고, 시안(西安) 광복군 유적지에 표지석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집단자위권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문제에서는 일정 부분 공동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에 중국의 ‘디이푸런(第一夫人·퍼스트레이디)’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주석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는 만큼 ‘부부의 예’를 갖추겠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은 시 주석 방한에 맞춰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를 한국에 임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