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칼럼] 라일락꽃은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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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칼럼] 라일락꽃은 피었는데…
  • 김윤섭
  • 승인 2014.04.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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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명복을 빌며

▲ 김윤섭 생활정치영등포텃밭포럼 대표
[서울=동북아신문]목련꽃이 뚝뚝 떨어지더니 라일락꽃이 피었다. 대지는 꽃으로 가득하다. 이내 지는가 싶으면 또 다른 꽃이 끊임없이 피어난다. 모란마저 피고 지는데 나의 봄은 영영 오지 않았다. 진도 앞 바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10여일을 넘기고 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망과 불신 그리고 회한만이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원통함이야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졸지에 무고한 많은 생명을 잃은 것이 비통하고 황당할 따름이다. 삼가 하나님께 명복을 빌며 함께하지 못한 아픔을 하늘나라에 전한다. 무엇보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삼백여명의 고등학생들이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졸지에 참변을 당한 것이다.

확인된 사망자와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많은 실종자를 생각하면 그저 살아 있다는 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다행히 침몰 전 구조된 사람들 또한 그 공포와 충격을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까?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지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충격을 어찌하랴?

망연자실 망망대해 바라보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부모, 형제, 자식을 향해 애간장 끊어지는 통곡을 한다. 이 자식들의 아픔을, 이 형제자매의 아픔을, 이 부모들의 아픔을 어찌해야 위로 할 수 있을까? 대체 어찌하여 이 나라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 날 수 있을까?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이 참사를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사망자와 실종자가 삼백여명이 될 때까지 우리는 대체 무엇을 했나? 대체 우리에겐 이만한 구호 시스템도 없단 말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선장은 승객을 팽개치고 자신만 살자고 탈출하고, 관계기관은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중언부언하고, 정부는 구호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실기하고, 선박회사는 한마디로 부정과 부실 그 자체였다.

이렇다 보니 세월호 참사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형 참사로 이어 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다. 사고의 진실에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하는 국무총리가 중도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하루라도 속히 사고를 수습하고 상처 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아닌가?

세월호는 부실호(不實號)였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숨겨진 모습들을 하나 둘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프다. 머릿속이 망망한 바다처럼 파리하고 가슴은 갯바위 같이 검게 멍들어 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펜을 들어 글씨 한자조차도 쓸 수 없었다. 내내 두통과 몸살을 앓았다. 어찌 나만의 아픔이었을까? 모두가 아파했다. 하늘도 땅도 사람도 모두 아파했다. 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잘 참는다 싶었는데 하늘도 더는 숨길 수 없는 아픔을 토해내고 있다. 이틀째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팽목항 모서리에 배어나는 아픔을 깊은 안개로 감싸 안는다. 하늘도 목련꽃 떨구듯 굵은 눈물이 바다를 적신다.

진도 앞바다 그 못다 핀 꽃 봉우리들이 너울이 되고 파도가 되어 생채기 난 바다를 쓰담는다. 진도 앞바다 팽목항에는 죽은 자는 위로하고 산자가 더 슬프다. 라일락꽃은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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