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제주행 티웨이항공이다. 편도 이용항공료는 3만9,000원. 상상외로 저렴한 가격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가격보다도 저렴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가 작아 안전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탑승해보니 그렇게 작지도 않았다. 승무원을 제외한 탑승인원이 189명이나 될 정도의 중형기여서 탑승감도 나쁘지 않았다. 오후 2시 50분 비행기가 드디어 김포공항을 이륙하자 옆자리에 앉은 이동렬 대표가 “뜬다”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비행기는 이상기류의 영향도 별로 없이 약 50분간 비행한 후 제주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제주공항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공항 게이트를 나오자 봉고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봉고차를 타자 라디오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제주시에서 출마하는 사람 관련한 뉴스가 나왔다. 제주 뉴스를 듣자 ‘드디어 제주에 도착했구나’ 실감이 난다.
동북아신문 식구들을 포함해 오늘 일행은 기사를 포함해 8명. 내일부터는 제주에 미리와 합류하는 사람들이 있어 일행이 늘어난다. 오늘 일정은 제주비행장에서 가까운 용연, 용두암 관람이다.
먼저 용연으로 갔다. 용연은 바다와 연결된 깊은 연못으로 옛날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곳이다.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물 옆으로 기암적벽이 펼쳐진다. 과연 용이 살만한 절경이다. 일행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연못에 가까이가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용연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때는 빗방울이 떨어져 우산을 들고 갔으나 하늘도 우리를 돕는지 곧 비는 잦아들었다.
용연을 20여분 관람하고 용두암으로 향했다. 용두암은 제주시 용담동 해안가 근처에 있는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굳어져서 이루어진 용머리 형상을 한 화산암이다. 바다 속에 잠긴 몸통의 길이가 30미터, 바다 위로 나온 머리 높이가 10미터쯤 된다.
용두암에는 두 개의 전설이 전해온다. 하나는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왔다가, 한라산 신령이 쏜 화살에 맞아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과, 또 하나는 아득한 옛날 용이 승천하면서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물고 달아나다가 신령이 쏜 화살에 맞아 몸뚱이는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나와서 울부짖는 것이라는 전설이다.
용두암은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관계로 국내외의 관광객은 물론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늘 붐비는 제주여행의 관문이자 명승지다. 요즘은 용을 특히 좋아하는 중국, 대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용두암은 지금보다는 더 용의 머리처럼 생겼었으나 1980년대 말쯤 벼락을 맞아 머리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용의 모습에서 조금 멀어진 형상을 하고 있다.
날이 흐려 바닷물이 그렇게 파랗지는 않았지만 방파제까지 나아가 바닷바람을 쐬었다. 싱그러운 바닷바람이 가슴속을 뻥 뚫어준다.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이것이다. 이번 여행만큼은 세상시름 모두 잊고 제주의 대자연을 마음껏 호흡하리라.
용두암 관람을 끝내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이동렬 대표가 크지는 않지만 유채꽃이 핀 밭을 발견했다. 작은 유채꽃 밭이 내일이면 산방산 쪽의 그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을 보게 되리라 기대를 갖게 만든다.
호텔로 가는 차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흘러나왔다. 방송국의 프로듀서가 내가 제주에 온 것을 아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웬지 느낌이 좋다.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일행은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시 모였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해녀횟집’이란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은 생선회로 하기로 했다. 술은 제주도답게 ‘한라산’이란 제주산 소주였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드디어 기다리던 회가 나오자 다들 감탄을 했다. 회가 배 모양을 한 나무 그릇에 담겨 나왔기 때문이다. 바구니처럼 손잡이도 달려 있었다. 다들 신기해하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일행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회를 안주 삼아 다들 주량보다 더 많이 술을 마셨다. 차례차례 여러 음식이 나오다 마지막으로 전복이 들어간 녹두죽이 나왔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제주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