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칼럼]견리망의(見利忘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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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칼럼]견리망의(見利忘義)
  • 김윤섭
  • 승인 2014.03.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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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의 정당공천은 소탐대실이다

▲ 김윤섭 영등포 텃밭포럼 대표
[서울=동북아신문]견리망의(見利忘義), 이익(利益)을 보고 의(義)를 잊는다는 말이다.

장자(莊子)가 어느 날 큰 새를 보고 사냥을 하려 활을 겨눔에도 불구하고 큰 새가 움직이지 않자 자세히 주위를 살펴보니 큰새는 제비를, 제비는 매미를 잡기위해 자신들의 먹이만 노려보고 있음에도 매미는 우는데 정신이 팔려 자신에게 처한 위험은 모른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장자’에 이른 말이다.

작은 것을 탐하여 큰 것을 잃는다. 소탐대실(小貪大失)도 같은 의미이다. 자신이 망가지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눈앞의 이익을 좇아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고사성어들이다.

지난 대선 당시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반드시 폐지하겠다던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의해 도륙(屠戮)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유인즉 위헌소지가 있단다. 소가 웃을 일이다. 대통령 후보가 위헌소지가 있어 지킬 수 없는 공약을 감히 국민 앞에 내놓았단 말인가. 그것이 위헌인줄 알면서도 공약을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위헌 소지 여부를 모르고 한 공약이라면 참으로 무지하고 무능하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히 이 정부와 새누리당 의원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속된말로 국민을 핫바지로 취급함이 아닌가? 어쨌든 참으로 구차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또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다. 꼼수가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민심과 명분을 잃고 무엇을 얻은들 아주 작은 이익에 불과하다. 다분히 당리당략적인 발상이다. 작은 이익에 연연하여 국민의 마음을 잃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상향식 공천제도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고 한다. 별로 믿기지 않는다. 이미 당헌당규에 상향식 공천원칙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의 폐해는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천(公薦)은 허울뿐 돈 공천이 재연될 것은 뻔하다. 정당공천은 돈 공천이 상식이 되어 회자되고 있다. 이후 있을 악순환은 가히 짐작할 만하지 않는가? 오죽했으면 박근혜 후보가 지방선거 공천비리를 정당공천 폐지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겠는가? 돈 공천은 결국 각종 비리의 씨앗으로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정당공천은 선거 이후가 더 큰 문제다. 당선된 순간부터 지방 선량들은 중앙당에 예속될 뿐만 아니라 공천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정당공천은 지방자치제도를 교란하고 왜곡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지역보다 중앙정치에 끌려 다니며 정당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하고 지역주민 보다 지역 당협위원장의 손발이 되어 지역관리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며 지역 당협위원장의 가방 모찌를 마다하지 않아야만 겨우 눈 밖에 나지 않는다. 지방의원의 생사여탈을 쥐고 지방정치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지방의원은 “나는 지난 4년간 지역위원장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며 지방선거 정당공천은 지방자치제도의 가장 큰 해악이다”라고 회고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 지방의원 거의 대다수가 지방선거 정당공천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70%이상이 정당공천을 반대하고 있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정당공천은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꽃잎 뒤에 가려진 장미의 가시를 보아야 한다. 입에선 달지만 속에선 쓰디쓴 독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자들 공히 지방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이제 6.4지방 선거를 목전에 두고 여당은 반대하고 대통령은 나 몰라라 한다. 손바닥 뒤집듯 국민을 모독하려 하고 있다. 가히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작태가 아닌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표를 얻어 대통령이 되고 집권당이 된 여당이 자신이 한 약속을 자신이 부정한다면 우리 정치는 희망이 없다. 청년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 국민을 물로 보는 정치인들이여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가 변해야 나라가 산다. 국민의 현명한 투표혁명만이 정치를 변화 시킬 수 있다. 국민의 바른 선택만이 정치인들의 오만방자함을 막을 수 있다. 정치인들에겐 더 이상 소탐대실(小貪大失) 않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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