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숙 수필]행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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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숙 수필]행복 만들기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4.03.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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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아지랑이가 아른 거리는 봄날도 가볍게 내곁에 다가왔다. 봄날의 따뜻한 기운도 잠시 요즘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두꺼운 외투를 옷장에 넣은 지 3일도 안 되는 사이 추위가 또 마음 한구석을 파고들었다. 참 변덕스러운 날씨다. 인생살이도 변해가는 날씨마냥 항상 변해가고 있다.

요즘 미운 사람이 생겼다. 살다 보니 나랑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사건건 부딛치고 갈등만 생겨 미운 사람이 있다. 서른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미운 사람도 처음이다. 미운 새끼오리마냥 사사건건 트집잡히고 인격모욕까지 당하니 돌것 같다. 상사이니 쪽박 차고 나갈 수도 없는 신세고 버팀목이 돼 주던 분마저 곁에 없으니 이건……너무도 미운 나머지 무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무당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한마디를 해 주고는 자기절로 이겨낼 방법을 찾으라고 하였다. 너무나 잘 아는 속담이지만 미워 죽겠는데 떡까지 주라니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얘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나는 속담에 깃든 이야기를 찾게 되었다. 옛날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시어머니가 있었는데 며느리는 이러다 내가 죽겄다 하고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였다. 며느리의 하소연을 다 듣고 무당이 비방을 제출하였는데 바로 시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하루세끼씩 백일 동안 해드리면 시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게 된다는 것이다. 며느리는 신이 나서 무당의 비방대로 찹쌀을 정성껏 씻고 잘 익혀서 말랑말랑한 인절미를 시어머니께 해다 바쳤다. 시어머니는 처음엔 하도 이상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년이 미쳤나” 하고 시어머니는 동네방네 며느리의 흉을 봤지만 매일 같이 따뜻한 인절미를 해다 바치는 며느리가 날이 갈수록 예뻤다. 그날 이후로 시어머니는 좋은 것이 있으면 며느리에게 해주고 며느리의 자랑만 하고 다녔다. 며느리는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를 죽게 하려고 한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날로 며느리는 무당을 찾아가 시어머니를 살려 달라하였다. 그러자 무당은 “못된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하였다. 이야기를 다 본 순간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자신이 좀 더 행복해지는 법은 미운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다. 누군가에 대한 혐오감이나 스트레스는 자신을 구속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다. 그런 부정적인 느낌을 마음으로부터 다 쓸어낼 수만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을 느낄수 있지만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미운 놈 떡하나 더 주는”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이유가 있겠지 하고 “떡 하나 더 주고”, 스스로 행복해 질수 있게 부정적인 느낌을 버리는것이 행복을 만드는 길이 아닌가.

사람이 산다는 것은 너무 아이러니 하다. 모든 걸 다 가질듯 오늘도 부대끼며 살고 있는데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고 태여난 인생 한줌의 재가 되어 대지에 돌아 간다는것을 알면서도 마음에 다른 사람에 대한 미움을 갖고 산다. 다른 사람을 이뻐 하면서 살아도 너무나 짧은 인생을 미움에 쓰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의 끝자락, 쌀쌀한 바람 맞으며 화엄사에 다녀왔다. 절에 울려 퍼지는 “반야심경”을 듣노라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신도가 아니지만 법당에 울려 퍼지는 울림은 내 마음속의 울림으로 남았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만들어 간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안해숙 : 중국 연변대학 박사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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