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족들이나 서양사람들은 술을 따라주기보다는 자기가 홀짝 홀짝 따라마신다.
중국동포들도 한족들과 어울려 살다보니까 한족들처럼 술이 남았는데도 따라준다.
잔이 비어야 술을 따라주는 것은 한국문화다.
한국에 나와 살고 있는 중국동포는 그 정도는 다 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 전혀 문화가 다른 한족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족보다는 우리문화에 가깝지만 중국동포도 내국인을 다 이해 못한다.
구로공단이 지방으로 이전할 즈음에 한국과 중국이 수교가 되면서 가리봉동 쪽방을 채워준 게 중국동포들이다. 교통도 좋은데 싸게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동포들이 많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드니까 일자리 정보도 모였다. 그 시기의 동포들은 다 일 해서 돈 벌러 한국에 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까 동포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번 동포들이 생겨났다.
돈을 번 사람은 쪽방촌을 벗어나서 살게 되고, 그런 사람이 늘어나다보니까 대림동으로 주거지가 확장됐다.
칵칵 침 뱉고, 담배 많이 피는 동포들이 사는 곳이 넓어지니까, 동포들이 싫어서 내국인 중에는 대림동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자리를 다 중국동포들이 채워가다 보니 대림2동에 사는 중국동포가 거주민의 절반을 넘어버렸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자.
한국사람들이 70년대만 해도 현재의 중국동포와 큰 차이가 있었는가?
담배 많이 피고, 술 먹고 싸우고, 여기저기 토하고 그나마 중국동포들은 그때의 한국사람보다는 나아 보인다. 독한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잘 토하진 않는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한국사람이 조금 먹고 살게 됐다고 중국동포를 아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
한국 속담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적어도 대림동에서 중국동포는 먼 친척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이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들었을 때 기분 좋게 해야 한다.
동포한테 ‘중국사람’ 하지 말고, ‘조선족’이라고도 하지 말고 꼭 ‘중국동포’라고 하자.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걸음 서로서로에게 다가가자.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상대방도 마음을 여는 법이다.
내국인은 동포를, 동포는 내국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여 서로의 마음을 열자.
이웃으로서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가 바로 그런 것 아니겠는가?
(편집자주 : 이 글은 강성봉 편집인 이름으로 대림2동 주민사랑방 '커다란 숲' 소식지 '먼지막이야기'에 실었던 글입니다. 그 소식지의 독자는 다 내국인이기 때문에 내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