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談]"고향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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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談]"고향에 가고 싶습니다."
  • 박연희 기자
  • 승인 2013.11.05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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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희와 함께 하는 고민상담 이야기 3

[서울=동북아신문]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남자와 결혼한지 7년이 됩니다. 다섯 살 된 아들애를 둔아줌마이지만 늘 고향이 그립고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꾹 참고 남편과 시집의 믿음을 얻으려고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남편이나 시집에서 고향에 한번 다녀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언니가 얼마 전에 엄마의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후로는 더구나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텔레비죤에서중국이라는 단어거나부모라는 말만 들어도, 또 그런 장면만 보아도 눈물이 핑 돌면서 가슴이 시려옵니다. 꿈에서 엄마를 보고 소리치다가 잠에서 깨여났지만 울음이 멈추지 않아 눈이 팅팅 부을 때까지 운 적도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음식도 만들지 못하고 집안청소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서 자기생각에만 빠져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남편은 저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우울증 초기라고 합니다.

이런 나를 보고남편은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내가 고향에 돌아갈 가 저어했고 시집에서는 아예 안 된다는 태도입니다. 부부간에 일에 시집이 웬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저의 남편이 원래 효자라 시부모나 형제들의 말을 잘 들어주니 말입니다.

"중국 여자들은 고향에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니까. 돌아온다고 해도 언제 올지 모르는데아이들까지 데리고 가니영 고향에 눌러 앉을지도 모르지"

중국과 한국이라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제가 받은 오해와 멸시는 얼마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남편이 나를 극진히 사랑해주니깐 지금까지 한국에서 뻗치고 살수 있었습니다. 시집부모나 형제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집에 와서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먹어 보지도 않고 중국음식이라고 거부하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기를 쓰고 학원에 다니면서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지금은 한국아줌마 못지 않게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여든도 넘는 저의 엄마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이제는 기력이 모자라서 식사도 많이 하지 못하고 들리지 않아 전화도 받지 못하고 반신이 마비된 상태라 바깥출입도 못합니다. 아직 저의 자식들의 얼굴 한번 보지 못했으니 이게불효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과동행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회사사정이 어려워서 함께 중국으로 갈수가 없습니다.

남편한테 이제는 고향에 가도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확답을 못합니다. 애들중 하나라도 두고 가면 안되냐고 묻는 남편의 모습이 하도 처량해서 나도 할말을 잃었습니다. 아이라도 두고 가면 한국에 돌아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남편이 요즘 들어 잠을 설칠 때가 많습니다. 마음이 착한지라 나를 말리지는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고향에 가기 저어 되지만 엄마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싶습니다.

남편이 하루는 가라고 했다가 또 하루는 가지 말라고 하니 나도 마음이 약해집니다. 남편이고 시집이고 다 무시하고 보란 듯이 확 고향으로 떠나고 싶은데 시집살이가 어디 제 마음대로 되나요?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조언 부탁 드립니다.

대림7동에 살고 있는 오여사로부터

[답   장]  

오여사님:

그 동안 낯선 곳에 시집와서 고생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용케 잘 참아왔고 또 지금도 잘해가고 있다고 봅니다. 7년이나 고향에 다녀오지 못했으니 그 마음충분히 이해합니다.남편이 착한 사람이라 쉽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밀어 부치고 고향으로 간다면 앞으로 혼인생활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 가 싶습니다. 남편한테서 확실한 답을 받은 후 귀향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여사님은 강경하면서도 지혜롭게 남편을 설복해야 합니다. 중국에 있는 엄마의 상황을 세세히 설명해주고 내가 한국에 되돌아 와야만 하는 정확한 이유, 남편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 자식에 대한 여사님의 사랑 등에 대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면 남편이 이해해줄 뿐만 아니라 여사님을 지지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남편만 확고하면 시부모나 시집형제들도 더는 우기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남편이 여사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마도 여사님의 선택을 존중할 겁니다.

여사님이 7년간 남편과 자식 그리고 가정을 위해 바친 노력과 수고를 봐서라도 고향에 한번 갔다 오는 것쯤은 응당 받아야 할 보상입니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자기의 부모를 찾아 뵐 수 있는 자격과 의무가 있습니다. 여사님은 당당하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는데 여사님이 마음만 먹으면 파출부 일을 해서라도 얼마든지 경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일 단순한 일인 사발 씻기를 해도 비행기표 값은 얼마든지 벌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여사님이 살고 있는 곳의 다문화센터에 찾아가면 그쪽에서 고향으로 가는 경비의 전액은 아니더라도 얼마간의 지원은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고향길이 순조롭기를 바랍니다.

동포심리 상담사 박연희
이메일 : piaolianji520@hanmail.net

이메일로 고민사연 알려주시면 지면을 통해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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