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 통발을 대듯
버젓이 문을 열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피곤을 끌면서라도
언제나 때를 맞춰 열심히 찾아가는 곳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눈에 익은 이들.
오늘도 늘어선 줄을
더 길게 늘여준다
명당자리라 큼직하게 써 붙이고
지나가는 약한 마음들
끝내 납치되어
끌려 들어가게 하는 곳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마음대로 한 짐 골라 짊어지고 나올 수는 없는 곳
저 꼭 쥔 주먹 하나 밀어 넣을 수 있는 곳
요행에다 마음을 얹고
땀으로 절여서 모아놓은 것들
꺼내서 밀어 넣어야
겨우 종이 몇 장 딸려 나오는 곳
그런데 사기는 아니란다.
합법이란다.
날아가는 새들도 다 아는 사실이니
시비를 걸지 말란다.
아니,
배가 홀쭉한 이들
더 홀쭉하게 유혹하는 곳
하수구 옆 민들레
하수구 뚜껑 사이
구불텅하게 허리 휜 민들레
코와 입을 마스크로 가려야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곳
악취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팍팍한 콘크리트 틈새 뿌리 밀어 넣고
목숨을 이어 간다
끝내 서지도 못하고
바닥에 누워
겨우 꽃 한 송이 피웠는데
아차,
여린 꽃대가 부러졌다
무심코 내디딘 내 발길에
다시 키를 줍다
고참이 앉았던 자리
자동차 키가 떨어져 있다
주워서 줄까 말까 망설이다가
슬쩍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괴롭히던 얼굴이 스쳐 가고,
쩔렁!
떨어지는 열쇠꾸러미
쌓였던 스트레스 확 풀리기도 전
먼저 걱정이 쌓인다.
나는 다시 쓰레기통을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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