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2명이 이틀새 잇달아 목숨을 끊었다. 11일 지하철전동차에 뛰어든 스리랑카인 다라카의 몸에서 나온 것은 전화카드 수십개와 급여명세서 뿐이었다.
어제 목을 맨 네팔인 비쿠는 4만원이 든 예금통장만을 남겼다.아니 남긴 것은 더 있다. 비쿠는 자신과 동생이 입국하면서 진빚 가운데 400만원을 갚지 못했다. 먼 이국땅에서 코리안드림을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사정을 말해주는 것 같아 착잡하다.
죽음의 단초는 역시 15일로 다가온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강제출국 시한이다. 합법화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체류 4년이 넘어 아예 대상에서 빠진 11만여명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쨌든고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노동자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고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든, 다시 입국기회를 찾든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불법체류의 멍에를 안고 숨어다닐 수밖에없다. 입국때 진 빚을 갚지 못했거나 고국의 부양가족때문에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비쿠는 사장이 마지막 월급을 주며 “더이상 책임질 수 없다”고 하자 “죽어도 한국에서 죽겠다”고 했다고 한다. 출구가 막혀버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울분이 묻어난다.
고용허가제 정착을 위해 불법체류자를 정리하는 작업은 당위에속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제도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간다면 집행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재고해볼 일이다. 가족의 희망과 기대를한몸에 안고 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가는건 모두에게 비극이다. 인도주의 측면에서도 이들의 숨통을 틔워줄 방안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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