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재한동포문인협회 김충정 시인이 본지에 동포언론들의 행태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동포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칼럼을 보내왔다. 본지는 김 시인의 칼럼을 접하며 김 시인의 비판으로부터 본지 또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음을 통감하며, 김 시인의 칼럼이 계기가 되어 동포사회에 언론의 역할에 대한 토론이 활성화 되고, 그러한 토론을 바탕으로 동포사회가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1992년 한중수교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2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인간으로 말하면 청춘 호황기에 진입한 셈이다. 중국동포들의 한국 생활은 불법체류자 구속, 이에 대한 항의 단식농성으로부터 시작됐으나, 이제 곧 재외동포법이 전면 시행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미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F-4 자격증이 발급되는 좋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중국동포사회에는 ⌜한중동포신문(송상호 사장)⌟, ⌜동북아신문(서경석 대표, 현재 이동렬 사장⌟, ⌜중국동포타운신문’(김용필 사장, 현재 최승재 대표⌟등을 시발점으로, 계속 신문이 늘어나서 최근 20여 종을 넘겼다가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혹자는 탈락, 혹자는 반 정간이 된 상황이다. 현재는 정상 발행되는 신문이 10여 종에 불과하다.
21년의 한국 생활에서 중국동포사회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를 위한 안내서이자 대변지 역할을 했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고 본다. 모든 신문 종사자들의 노력, 특히 순 광고비로 지탱되는 어려운 여건 속의 사장님들과 좋은 글을 투고하는 재한동포 문인들의 노력은 재한조선족 역사에서 잊혀 지지 않을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재한 중국동포 사회에서 출간되는 신문들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일간신문인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과 비교하는 것이 그 규모나 여건 면에서 적절치 않지만 언론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표적 일간지와 비교할 때, 동포 언론에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열 가지 점을 예를 들어 말해보자고 한다.
첫째는 어용형(御用形)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무조건 잘못된 정책도 그대로 집행하라면 무리이다. “한국 정부나 법무부 정책이 다 동포들에게 맞는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로, 재외동포법이 지금도 전면 시행되지 않고 있고, 위명여권이나, 불법체류자 구제정책도 여러 번 반복되고 개정되었다. 하지만 어떤 신문들은 정부나 법무부의 모든 정책에 무조건 두 손 들어 환영한다는 말만 하고 있다.
둘째는 박쥐형(기회주의)이다.
옛날에 하늘에 날 짐승과 들에 있는 들짐승들의 싸움이 있었다. 날 짐승이 이기니 박쥐는 하늘에 올랐고, 들짐승이 이기게 되니 다시 땅에 내려 와 들 짐승편이 되었다. 결국, 날 짐승과 들짐승의 몽둥이에 쫓기어 낮에는 나오지 못하고, 밤에만 나오는 미물이 되었다. 기회 주의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신문은 남에게 따돌림 당하니 “왕따 되었다”고 원망이다.
셋째는 반(反) 종교형이다.
중국이나 한국 모두 신앙의 자유가 있다. 믿을 자유가 있고, 믿지 않을 자유도 있다. 특히 재한 조선족 중 4만 여명이 기독교 신자이다. 특정한 종교 신앙이나 특정한 종교의 구체적 인물이나,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무턱대고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는 음담패설형이다.
“깔깔깔, 웃음소리” 혹은 “유머”같은 기사는 짧더라도 신문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감초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음담패설로 가득 찬 기사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다섯째는 사후제갈량(事後諸葛亮)형이다.
법무부나 정부에서 새 정책이 나오거나, 혹은 동포 행사 때는 갈팡질팡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돈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엔 맥을 버리고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정책 집행 후에나, 동포 농성 뒤끝에는 혼돈에서 깨어나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여섯째는 도배형이다.
기타 한국 신문이나 중국의 길림신문, 흑룡강신문 등의 기사를 베껴 쓰지 않으면, 원본 그대로 복사하여 틀린 글자 하나 없이 자기 지면에 옮겨 쓴다. 위 신문들의 재판이다.
일곱째는 아미산 원숭이형이다.
중국 속담에서 나온 말이다. 아미산 원숭이는 본래 과일나무를 심지도 않았고, 물도 주지 않았으며, 가꾸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을에 열매가 익으니 아미산에서 기어 나와 열매를 따 먹으면서 쓰다 달다 말도 많고 또, 자기에게 차려진 먹거리가 남보다 적다고 투덜거린다.
여덟째는 금전형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동포 이익 같은 것은 염두에 없다. 모 특정 기능사자격 합격률은 20%도 안 되지만, 신문사들의 홍보를 보면 한국어를 몰라도, 출석을 안 해도, 돈만 내면 100% 합격률이라고 한다. 피해 본 동포가 몇 천 명은 될 거다.
아홉째는 동포행사 불참형이다.
동포 행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단식과 농성이다. 지금 한국 정부에선 재외동포법을 전면 시행하지 않고 있다. 2004년 2월9일 203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국회에서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도 말이다. 1999년 8월12일에 제정된 재외동포법에 중국 동포들이 배제됨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한 때로부터 금년 5월말까지 15차례 이상 단식과 농성을 벌였다. 특히 지난 2011년 8월23일 중국동포 1만1,0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와 400여명의 진정서가 첨부된 제2차 재외동포법 헌법소원이 조만간에 판결이 날 것이다.
올해 5월에는 네 차례에 걸쳐 서울조선족교회, 중국동포교회, 한중사랑교회, 귀한동포연합총회가 ‘재외동포법 전면시행’, ‘위명여권자 사면’, ‘불법체류자 구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구로 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2,000여명의 동포들이 거리행진까지 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가고파도 갈 수 없는 이내 사연 전해주오”라는 타향의 봄노래를 열창했다. 워낙 200여 만 동포들이 3대 자유를 촉구하는 행사이고, 10여만의 불법이나 위명을 구제하는 큰 행사인지라 개별적인 불화음도 있기 마련이다. 유감인 것은, 이러한 행사에 한 두 개의 신문사 기자만 보이고 대다수 신문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진정 동포를 위한 신문이 맞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열 번째는 자고자대형이다.
중국 속담에 “자지자명(自知自明) 하라”는 말이 있다. 뜻인즉 자신의 몸무게가 얼마나 가는가를 알라는 말이다. 2013년에 한국에는 괴상한 ‘리더 바람’이 불었다. 동포 권익 향상을 위하여 투쟁해 온 특정 종교단체 대표들인 김해성 대표나 서경석 대표, 서영희 대표 등의 노력은 부정하며 동포를 위한 그들의 활동에조차 불참하면서, 스스로 리더라고 자처한다. 그런데 동포리더들은 “한데 뭉치자”고 하면서도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것이 두려워선지 뭉치지 못하고 있다. 언론만 봐도, 지금 어느 신문이 동포의 대변지 역할을 하는지, 동포들이 더 잘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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