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 수필 15]언덕 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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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 수필 15]언덕 위의 집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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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시골의 작은 도시에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언덕 아래에 자리한 마을에서 살았다. 그의 집에서는 서쪽으로 좀 멀리 떨어진 언덕이 바라다 보였는데, 그 언덕 위에는 이층집 한 채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언덕 위의 집에서는 아침이면 한 줄기 빛이 찬란하게 반짝이곤 하였다. 크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햇빛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은 한참을 지나야만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빛인지, 왜 항상 아침이면 반짝이는지는 전연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빛을 보게 될 때마다 감탄하며 ‘참 신기하고 멋진 집이다’ 라고 생각하곤 하였다.

   또한, 밤이 되면 그 집에서는 유난히 밝은 불빛이 흘러 나왔다. 그 불빛은 가장 밝은 별보다도 더 크고 밝았다.  하지만, 그 불빛도 무엇인지, 왜 밤에만 나타나는지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날마다 밤이면 불빛을 반짝이고 있는 언덕 위의 집이 동화 속의 집처럼 황홀하게만 바라보였다.

   소년은 언덕 위의 집을 바라볼 적마다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런 집에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단 하루라도 저런 집에서 살아 보았으면…….”

   하지만, 소년은 그 언덕에 가 보지는 않았다. 물론 그 집을 방문한 적도 없다. 가기가 싫어서가 아니고, 또 일부러 찾아갈 일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도 가는 것 같지 않았다. 다만, 호기심도 일고 궁금증도 생기곤 했지만, 그냥 시간이 흘러간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집에 다른 사람이 새로 이사를 왔다. 자기 또래의 소년도 있었다. 소년은 그와 친구가 되었고, 그래서 놀러갈 기회가 생겼다.

   소년은 도착하자마자 지붕까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친구가 쓴다는 이층 방으로 올라가 보았다. 날마다 무엇이 아침저녁으로 빛을 냈을까?

   그러나 둘러보아도, 신기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평범한 구조와 일상의 가구들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다만 유리창이 큼직한 것이 좀 특별하다면 특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소년은 실망한 마음으로 유리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서는 언덕 아래로 마을이 빤히 내려다 보였다.

   그런데 거기에, 자기 집과 마을이 황혼으로 붉게 물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붕이며 벽이며 주변의 나무들까지도 붉게 물들어서 한 폭의 멋진 그림처럼 보였다. 점차 붉은 기운이 사라지며 어둠이 깔리자 이번에는 집마다 방마다 불이 하나 둘 켜져서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였다. 이 모든 것이 자기 집에서 이 언덕을, 언덕 위의 집을 바라볼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지게 보였다. 한참을 내려다보고 있던 소년은 놀라움으로 가슴이 뛰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이는 자신의 집과 자기 마을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저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있었다니…….”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 속의 소년처럼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다행이고,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때로는 언덕 위의 집에 가보기 전의 소년처럼 자신과 자기 마을이 남만큼 좋은 처지가 아니라고 여기고, 항상 언덕 위의 집만을 바라보며 부러워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을 할 때에도 같은 생각을 가질 때가 흔히 있다. 바라보이는 모든 모습이 다 아름답고 멋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바다와 언덕이 어울린 해안 풍경은 물론, 차창의 농촌 풍경도 하나같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산들이 겹겹으로 포개진 산골이나, 어둠 속에 불빛이 깔린 도시 풍경을 보게 될 때에도 “야! 멋지다” 하고 감탄을 한다. 때로는 “이런 데서 살아보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어쩌다가 외국에라도 나가게 되면 이런 느낌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어지는 현장의 이색적인 풍경에 연신 탄복하기도 한다. 잠시 지나며 겉으로 나타나는 아름다움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꿈과 낭만과 편안함과 즐거움만을 연결한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세계와 실제로 겪는 세상은 서로 다르다. 또한 사물은 처지와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더 나아 보이지만, 저쪽에서는 이쪽을 더 좋은 곳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쪽의 여건을 불평하고 자신의 처지에 불만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또한, 저쪽만을 바라보며 무조건 부러워만 할 일도 아니다. 때로는 저쪽에서는 이쪽을 부러워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지개를 좇는 소년’처럼 아름다운 무지개만 따라갈 일은 더욱 아니다. 언덕 아래에서는 언덕 위의 집이 아름답지만, 언덕 위에서는 이쪽이 더 아름다울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무지개처럼 항상 저쪽에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바로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바로 내가 행복하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생각해 볼 일이다. *

 申吉雨 : (문학박사, 수필가, 시인, 국어학자, 현재 종합문예지 <문학의강>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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