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외 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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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외 4수)
  • 박수산
  • 승인 201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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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외4수)


땅에 머리를 박고
잎으로 함께 숨을 쉬는 마늘

서로 방이 비좁아도 싸우지 않고
한발 살짝 물러서서 한 몸이 된다.

때로는 뿌리가 주는 매운맛에
투정 하나 없이 맛나게 받아먹는다.
아린 맛도 말없이 삼킨다.

점점 부풀어가는 몸
맵고 독한 기운이 온몸에 고여라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꽁꽁 묶여 몇 달씩 벽에 매달려도
꿈을 잊지 않고
초록 순을 내미는 마늘이여



감자뿌리



가을에 감자줄기를 잡아당기면
힘없이 뽑혀 나온다.

어린 감자 몇 알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상해서 밭두둑을 더듬어 보면
대가리 큰 감자들만 흙속에 가만히 숨어있다




가로수




미화원이 휘젓는 기계톱에
팔뚝만한 나뭇가지들
사정없이 잘리어 길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고집스레
전선을 뚫고 목을 디밀더니,

못자란 모가지
비닐 끈에 꽁꽁 묶여
차에 실리고 있다



통발




배가 고파
통발로 들어간 물고기

나오려고 용을 써도
문이 없다

저 위험한 덫이
오히려 안전하다

통발에서 나오면
물고기가 아니라 생선이 된다.




무밭을 지나다




청무가 목을 뽑고 서있다

위로는 잎
아래로는 뿌리,
다 가지고

또, 무엇이 부족해
머리까지 내밀고 곁눈질하나



*지필문학 2013년 8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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