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지난 6월 하순, 평생학습관에서 명사와의 만남 시간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장애인 성악가 테너 최승원의 특강을 들었다. 그를 TV에서 가끔씩 보았지만 강의실에서 만나 ‘보리밭’과 ‘My Way’ 등을 라이브로 듣고 보니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최승원은 “저는 강릉의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비관하며 학창시절
을 보내는데 주변 목사님 인도로 성악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성악은 목소리만
필요한 게 아니라 두 팔, 두 다리가 필요한데 그 불편함을 이겨내고 도전하여 훌륭한 예
술가가 되었다.
미국에 가서는 좋은 은사를 만나 등록금과 경제적 지원까지 받아서 동양인 최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콩쿠르 우승을 했고 레이건 대통령 초청 백악관 연주회에서 미국 국
가를 대표로 불렀다. 또한 뉴욕시티가 한 해에 단 한명 뽑는 ‘Hugo Ross’상도 수상했다.
2001년 올해를 빛낸 음악가로 김대중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현재 국내와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최승원을 생각하니 청각장애자 베토벤이 생각난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그가 악성의 칭호를 받게 된 것은 교향곡 5번 운명 때문이다. 베토벤은 운명을 작곡하며
‘좌절하지 않고 피아노 건반의 줄에 실을 묶어 나무 막대기에 연결한 뒤 그 막대기를 입
에 물어 거기서 전해오는 느낌을 감지’ 했다며 8년 만에 걸작을 만들어 냈다.
최승원과 베토벤처럼 장애를 딛고 일어선 대화가(大畵家)가 있다. 증평읍에 살 때, 청원
군에 있는 청각장애자 ‘운보의 집’에 가끔씩 가서 그림을 감상했다. 운보 김기창의 한국화
로 담은 예수의 일생 성화(聖畵)와 청산도, 바보산수화 등을 보노라면 마음이 정화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판화기법으로 그림을 많이 제작하여 장애인 사업을 위해 노력했다.
운보는 생전에 “예술은 완성될 수 없으며 끊임없이 창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이 소리를 못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고,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성악
가가 된 것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좋아서 하는 일에 몰두하면 무한대의 능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넘치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최승원과 운보 그리고 베토벤 등 예술인들이 혼신을 다하는 열정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
는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될 것이다.
예술이란 각기 다른 하나들이 모여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아름다움을 오선지나 원고
지, 악기, 조각, 무용, 도화지 등에 표현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예술가가 아니라도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느낄 때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끼
게 된다.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는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 하늘을 흐르는
강이 어디서 끝나는지 누가 알겠는가.”라 했다. 운명도 미래의 일도 그와 같은 것으로 가
야 할 곳으로 갈 따름이다. 우리 모두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문화와 예술을 사
랑하며 여유롭게 살아야겠다.
밤새 비 내려 계곡물 넘치는 때, 비 맞은 초록의 풀들이 내뿜는 향기에 취하면 세상살
이에 지친 아픈 상처의 흔적도 사라질 것 같다. 꽃도 비에 젖고 흔들리면서 피고, 인생
도 비에 젖고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마음이 답답할 때 흙냄새 물씬 풍기는 운보의 집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고, 베토벤과 최승
원의 음악 감상하며 여유를 가져야겠다. 음악과 미술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우리 모두 바
람 따라 달려오는 초록의 풀 향기 냄새 맡고 웃으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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